[파이낸셜뉴스] 기업들이 회사채 만기 전 콜옵션 행사로 조기상환에 나서고 있다. 회사채 발행후 6개월 또는 1년주기로 돌아오는 콜옵션 행사일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해당기업 현금흐름에 이상 기류로 읽히기 때문이다. 회사채 콜옵션은 미리 돈을 갚아 발행한 채권 회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회사채 콜옵션 첫 행사일을 투자금 회수의 날로 인식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8일 사모채 250억원 상당의 콜옵션을 행사했다. 해당 사모채는 2023년 9월 발행한 것으로 만기는 2025년 3월이지만, 콜옵션 첫 행사일인 8일 전액 현금상환했다. 회사채 발행 1년 만에 콜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사실상 1년물에 가깝다. 앞서 대우건설은 지난 8월에도 200억원 규모의 사모채 콜옵션을 행사했다. 해당 회사채는 지난해 8월 발행한 것으로 1년 만에 원금 상환에 나섰다.
푸본현대생명보험은 지난 9일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를 위해 500억원을 모두 현금상환했다. 해당 후순위채는 2019년 9월 발행한 것으로 만기일은 2029년 9월로 만기일까지 5년이나 남았었다. 이 역시 회사채 콜옵션 첫 행사일에 상환한 것이다.
국내 중형 조선사를 대표하는 중대형 탱커선업체 대한조선도 지난 8월 26일 300억원어치에 해당하는 사모채 콜옵션 행사에 나섰다. 지난 2022년 8월 발행한 3년물이다. 만기일까지 1년이 남았지만 회사는 현금상환을 택했다.
기업들이 회사채에 콜옵션을 부여하는 것은 원활한 채권 발행을 위해서다. 신용도가 비우량등급에 해당되거나 전방 산업이 침체됐을 경우 콜옵션 주기는 짧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가령 영구채의 경우 콜옵션 행사주기는 통상 5년이지만 기업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구채 콜옵션 주기를 짧게 잡고 있다. 불안한 투자심리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수건설이 이달 10일 발행한 2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2054년으로 영구채에 속한다. 하지만, 콜옵션 행사일은 1년 6개월 만인 2026년 3월 10일이다. HDC신라면세점이 지난 8월 발행한 100억원 규모 영구채 역시 발행 1년 만인 내년 8월 30일 콜옵션이 가능하다. 만기 전 시작되는 콜옵션 행사일이 사실상 '기업들의 현금상환일'로 인식하다 보니 콜옵션 행사 자금을 구하지 못할 경우 자칫 기업의 신용도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또 채권 전체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 2022년 11월 흥국생명이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외 채권시장에서 한국물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된 바 있다. 당시 흥국생명은 금융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급하게 조기상환 자금을 마련, 해당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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