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팹서 애플향 반도체 생산
내년 상반기 가동 계획보다 앞당겨
삼성, 인력수급·고객확보 차질 전망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부지. 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미국 공장(팹)에서 모바일용 반도체를 본격 생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획보다 생산을 수개월 앞당기며 고객사 확보에도 한발 앞설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이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으로 연기되며 TSMC 추격에 빨간불이 켜졌다.
20일 업계와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파운드리 공장에서 4나노 미세공정에서 생산한 애플 아이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6'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A16은 TSMC가 미국에서 생산한 최초의 반도체로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아이폰SE4에 탑재될 예정이다.
TSMC는 지난 2021년 5월 애리조나 공장 착공 이후 3년 4개월 만에 반도체를 처음 생산하게 됐다. 이는 당초 내년 상반기 공장 가동 계획보다 4∼9개월 앞선 것이다. 이에 따라 대량 양산 시점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TSMC는 애리조나주에 공장 2곳을 건설 중이며, 2030년까지 공장을 6곳까지 늘릴 방침이다. 첫 번째 공장 양산이 빨라지면 초미세공정이 가능한 공장 건설 계획도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TSMC가 애플의 A16뿐 아니라 다른 고객사들의 반도체 생산에도 이미 착수했거나, 곧 생산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아직 지급받지 못하며 상대적으로 일정이 더디다. 미국 내 건설비용이 늘어난 상태에서 보조금 지급까지 늦어지면 완공 시점이 더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테일러 공장 등 해외 법인의 인력 감축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첫 번째 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을 올해 말에서 2026년으로 늦췄다. 지난해 말 기준 공사 진행률은 59.7% 수준이다. 공장 2곳을 비롯해 첨단패키징 연구개발 센터도 지을 예정인데 이 시설들의 완공 시점도 불투명하다.
업계에서는 생산시설 확충이 늦춰지면 인공지능(AI) 고객사 확보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장을 먼저 가동한 TSMC가 고객사뿐 아니라 우수 인력 확보에도 더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TSMC의 독주 속에 삼성과 인텔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라며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와 협의를 통한 보조금 지급 시기 확정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