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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아세톤·수소를 뽑아낸다

미국 연구진, 바이오메스 생산 기술 개발
유전자가위 기술로 포플러 나무 만들고
합성생물학으로 박테리아의 분해 성능 향상

나무에서 아세톤·수소를 뽑아낸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화학 및 생물 분자 공학과 로버트 켈리 교수와 잭 왕 부교수가 센테니얼 캠퍼스의 온실에서 유전자가위 기술로 개량한 포플러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화학 및 생물 분자 공학과 로버트 켈리 교수와 잭 왕 부교수가 석유 대신 나무에서 아세톤과 수소 같은 산업용 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을 향상시켰다. 이 기술은 유전자 가위, 대사공학, 생물공학 기술을 활용해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보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공정단계를 단축해 효율적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20일(한국시간) 발표했다. 메톡시 함량이 낮은 포플러 나무가 미생물 발효를 통해 화학 물질을 만드는데 더 적합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나무에서 산업용 화학 물질을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은 나무를 잘게 부수고, 화학 물질과 효소를 사용해 전처리한다. 또 유전자 조작된 미생물을 사용하면 에너지 사용량이 적고 환경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 효소는 셀룰로오스를 단순한 당으로 분해하는 데 사용될 수 있지만, 계속해서 효소를 추가해야 한다. 반면 특정 미생물은 이 과정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효소를 생산해 미생물 발효 공정을 더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다.

켈리 교수팀은 이전에 옐로스톤 국립공원 온천 등 극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극한호열성 박테리아를 활용해 나무의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켈리 교수는 "이 미생물들은 효소와 화학 물질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고, 동시에 발효를 통해 에탄올과 같은 제품을 한 단계로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박테리아는 고온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일반적인 미생물보다 멸균 조건이 까다롭지 않으며, 나무를 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과정이 기존 산업 공정처럼 운영될 수 있다.

연구진은 나무에서 산업용 화학 물질을 얻는데 나무속 메톡시 함량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리그닌은 나무를 단단하게 만들고, 미생물 발효 과정을 방해한다. 특히 리그닌의 메톡시 함량이 문제점인 것으로 파악됐다.

왕 교수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리그닌 함량이 적은 포플러 나무를 만들었다. 유전자가위 기술로 만든 포플러 나무 중 일부는 미생물 분해 및 발효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모든 나무가 그런 것은 아니었으며, 이는 박테리아가 각기 다른 식물에 대해 다른 분해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켈리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러시아 캄차카 지역의 온천에서 유래된 유전적으로 조작된 박테리아를 사용해 리그닌 함량이 다른 포플러 나무를 실험했다. 그 결과, 나무의 리그닌 메톡시 함량이 낮을수록 미생물에 의해 더 쉽게 분해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낮은 리그닌 함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며, 메톡시 함량이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포플러 나무는 온실에서 잘 자라지만, 아직 야외 실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낮은 리그닌 포플러 나무가 아세톤, 수소 가스 등 산업용 화학 물질로 전환될 수 있으며, 경제적이고 환경적인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이미 입증했다.
야외 실험에서 이러한 나무가 잘 자라면, 대규모 화학 물질 생산을 위한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다니엘 설리스 박사는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 재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무를 활용해 사회의 화학 물질과 연료, 기타 생물 기반 제품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지구와 인류의 복지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