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버진미디어 O2'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여러 가능성과 논란 속에서, 영국의 한 이동통신사가 보이스피싱범(전화금융사기범)을 상대하는 'AI 할머니'를 선보여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BI), 포브스 등에 따르면 영국의 이동통신사 버진미디어 오투(O2)는 실시간으로 전화에 응답하는 맞춤형 인공지능 챗봇 ‘데이지'를 지난 14일 출시했다.
데이지는 실시간으로 전화에 응답하는 맞춤형 인간형 챗봇으로, 보이스피싱범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전화에 붙잡아 짜증나게 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포브스는 “데이지는 보이스피싱범의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게 하고, 그들의 교활한 범행 수법을 공개적으로 폭로하고 또 법 집행에 유용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사기꾼을 혼란스럽게 하는 ‘스캠베이팅(scambaiting)’을 자동화한다”라고 설명했다.
오투는 영국인 10명 중 7명이 보이스피싱범에게 복수하고 싶지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데이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또, 보이스피싱 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는 집단이 노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전형적인 '영국 할머니'의 목소리와 말투를 구사하도록 훈련시켰다.
오투는 43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의 스캠베이터 짐 브라우닝과 협력해 데이지를 훈련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오투의 보이스피싱 방지팀은 보이스피싱범들이 사용하는 연락처 목록에 데이지의 전용 번호를 추가했다고 덧붙였다.
오투는 성명을 통해 "보이스피싱범에게 전화가 오면 다양한 AI 모델이 결합된 데이지는 상대방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한 뒤 거대언어모델(LLM)을 통해 상대방에 개인화된 응답을 만들어 즉시 답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지는 보이스피싱 전화에 즉각적으로 응답하며, 이 과정이 매우 사실적이라 여러 보이스피싱범을 최대 40분까지 전화에 붙잡아두는 데 성공했다"라며 "보이스피싱범들이 진짜 사람에게 사기를 친다고 여기게 함으로써 진짜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오투가 공개한 홍보영상을 보면 데이지는 보이스피싱범을 상대로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플러피’나 가족, 뜨개질에 대한 수다를 이어가거나 가짜 은행 계좌 번호 등 거짓 정보를 제공한다. 지친 보이스피싱범이 “거의 한 시간이 지났다”라고 짜증을 내자 데이지는 천연덕스럽게 "시간이 정말 빨리 가네요"라고 받아치기도 한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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