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행 주재 회의, 5대 산업협회 보고
반도체 "보조금 요건 강화 땐 투자규모 등 검토"
자동차 "미, 자동차 수출도 쿼터제 적용할라"
관세전쟁 확대 땐 미국 외 수출지역 다각 검토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2.05. chocrystal@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력 반도체 기업들은 대(對) 미국 투자와 현지화 전략 수정 여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1개월 유예됐지만 미국의 캐나다 관세부과가 현실화됐을 때, 캐나다 현지 생산 셀을 유럽에 수출 가능한 지를 놓고 배터리업계가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자동차 업계는 대미 투자확대 등 현지화 노력을 강화하면서도 아세안 등 다른 지역으로 투자·수출 다변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5일 반도체산업협회, 배터리산업협회, 자동차협회 등 국내 주요 산업협회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미 신정부 출범에 따른 산업별 영향 및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산업협회들은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산업통상정책이 대미 투자전략을 수정하고 수출전략을 다시 짜야 할 정도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산업협회는 '관세전쟁'으로 대변되는 트럼프 정책이 정보통신(IT) 완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글로벌 수요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지난해 한국이 대미 반도체 집적회로(IC) 수출은 전체 수출의 약 7.5%로 반도체 관세 부과 땐 수요 감소, 가격경쟁력 약화 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이 반도체법을 통해 제조기업 보조금 지급을 발표했지만 만약 미국 신정부가 보조금 지급요건을 강화하는 형태로 정책을 변화시켰을 땐 대미 투자, 현지화 전략 수정 여부 검토에 들어가야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예정액은 450억달러,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달러다. 보조금 규모는 각각 47억4500만달러, 4억8500만달러다.
'대미 최대 흑자'인 자동차 산업은 고율 관세와 수출 쿼터제를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대로 보편관세(10~20%)를 도입한다면 대 미국 수출 물량이 줄고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멕시코산에도 25%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현지 공장의 대미 완성차 수출 감소는 물론 미국내 완성차 또한 부품공급 차질로 가격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수출 쿼터제 재도입 가능성도 예의 주시 중이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출 쿼터를 적용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주요 적자 품목으로 지목된 자동차 부문에도 232조 조사 후 고율 관세와 수출 쿼터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 협회는 "대미 투자확대 등 현지화 노력을 강화하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다른 지역으로 투자·수출 다변화를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이 캐나다에 25% 관세 부과를 본격화 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따라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셀에 대해 미국 이외 국가에 수출 가능한 지를 검토 중이다.
다만 기회요인도 있다고 봤다. 중국산 배터리 제품 관세 인상시 우리 업계의 가격경쟁력이 상승하고 중국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조선산업은 미국 해양 경쟁력 강화에 따른 군함 MRO(보수·수리·정비) 수주 확대 등의 긍정적 요인을 예상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현재 일부 군수지원함 MRO를 수행 중이지만 수익성 높은 전투함의 MRO, 신조 참여 확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철강산업는 미국 정부의 철강 수입 장벽 강화 정책 추진 움직임을 우려했다. 오는 4월1일 발표되는 철강 232조 재조사 여부 검토 결과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협회는 "한국에 부여한 연간 263만톤 무관세 쿼터 축소 땐 현지 현대기아차, 삼성, LG 등에 대한 소재 공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신정부 정책이 본격화가 예고된 만큼 산업계는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트럼프 정부의 통상 정책이 미치는 영향을 정부와 함께 면밀히 분석하면서 향후 미 정부, 의회 및 업계를 대상으로 한 아웃리치 활동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한미 양국이 첨단산업 공급망을 중심으로 긴밀히 얽혀있고,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도 상당한 만큼 양국 산업이 안정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기 위해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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