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의 총 추정 물체 움켜진 용감한 시민/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부산의 한 은행에 침입한 강도를 제압한 50대 시민이 특수부대 출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부산경찰청과 해당 은행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58분께 부산 기장군 소재의 한 은행에 괴한이 침입해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다가 고객과 은행 직원에게 검거됐다.
30대 남성 A씨는 목도리와 모자로 얼굴 대부분 가린 뒤 검은 비닐로 감싼 장난감 총을 이용해 진짜 총을 든 것처럼 행세하면서 은행을 털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천규씨(53)는 부인과 함께 해당 은행에서 금융 업무를 보고 있었다.
박씨는 "은행 업무를 보고 있는데 등 뒤에서 '돈을 넣어라, 무릎을 꿇어라'는 등의 소리가 나 쳐다보니 강도가 있었다"며 "강도 손에는 총처럼 생긴 물건이 비닐봉지에 쌓여 있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강도가 1명뿐이어서 검은 봉지만 뺏으면 되겠다고 판단했고, 그때부터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총만 바라봤다"면서 "자칫 나도 다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도 있었고 당시 상황을 해결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강도가 한 손으로 총을 잡고 있었고 시선도 잠시 멀어져 있는 상황이라 지금 가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찰나에 다가가 두손으로 총을 잡은 거 같다"며 "총기 사고가 발생할 상황까지 생각해 사람이 없는 쪽에서 총을 뺏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은행 강도 A씨를 최초로 제압한 박씨는 "강도를 잡고 보니 검은 비닐봉지 속 물건이 장난감 물총이었지만 강도를 잡을 때까지만 해도 가짜 총일 것이라고 전혀 생각 못 했기 때문에 사력을 다했다"며 "다른 사고가 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 의무복무를 특공대에서 했다고 밝힌 박씨. 그는 "지금은 간부부대로 바뀌었지만, 예전 701부대에서 군 생활을 했다"며 "복무한 지 오래되기는 했지만 일반 사람들보다는 총에 대한 잘 알고 있어 공포감이 덜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강도 혐의로 A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며, 박씨에게 조만간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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