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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만으로 95% 정확도로 폐암을 진단한다

ETRI-분당서울대병원, AI 품은 전자코 개발
환자·정상인 181명 호흡 채취해 데이터베이스화
실험자 호흡 채취 후 20분 만에 폐암여부 판별

호흡만으로 95% 정확도로 폐암을 진단한다
ETRI 연구진이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에 내장된 멀티모달 센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ETRI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호흡만으로 폐암여부를 알아내는 전자코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더해 정확도를 9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진은 호흡으로 폐 속 암세포 덩어리에서 발생하는 다종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감지하는 센서 시스템과 이로부터 얻은 센싱 데이터를 통해 폐암 환자를 판별하는 AI 딥러닝 알고리즘 기술을 결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은 데스크탑 컴퓨터 크기로 △날숨 샘플링부 △날숨 감지센서 모듈 △데이터 신호 처리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이대식 박사팀은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흉부외과 교수팀과 10여 년간의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폐암 환자 107명과 정상인 74명의 임상시료 날숨을 채취해 표준기기와 가스센서를 통해 분석한 뒤 데이터베이스화 했다.

실험자들의 호흡에서 나오는 가스를 채취후 현장에서 AI 모델에 적용해 20분 내로 폐암 여부를 선별해냈으며, 그 검사 정확도가 95%에 달했다. 이 결과는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한 것으로 폐암 환자 선별검사 및 조기진단의 보완재 역할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호흡만으로 95% 정확도로 폐암을 진단한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에 내장된 멀티모달 센서. ETRI 제공
연구진은 "이 기술은 기존 면역진단과 분자진단의 장점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차세대 폐암 조기진단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병원 진단 장비에 비해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빠르며, 기존 의료 장비(저선량 폐 CT검사) 가격 대비 정확도가 높다. 편의성도 우수해 폐암 환자의 수술 및 치료 예후 모니터링은 물론, 일반인의 자가 건강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이대식 박사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폐암 환자의 조기 선별검사를 통한 치료·생존율 향상과 관련 의료기기 국내 시장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의 건강보험료 지출 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의료기기 업체에 기술이전 및 출자를 통해 상용화를 계획 중이다. 또 후속 연구를 통해 추가로 1000여차례 이상의 대규모 추가 폐암 환자 임상시험을 진행해 빅데이터를 구축, 시스템의 재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위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 조기진단과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폐렴 등의 호흡기질환 진단 가능성도 확장할 계획이다.

한편, 연구진은 비만 환자가 운동할 때 지방이 분해되면서 날숨으로 배출되는 단내(아세톤)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웨어러블 전자코 시스템'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로써 환자의 운동량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어 다양한 서비스 분야로 응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