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권한대행 집 앞서 출퇴근 시위
소음과 욕설에 주민들 '한숨'
자영업자, 경찰 피해도 우려
전문가 "재판 독립성 침해"
지난 18일 오후 6시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사는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후문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주민들을 볼모로 잡아서 뭐 하는 짓입니까?"
지난 18일 오후 6시20분께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이렇게 소리쳤다.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문 권한대행의 집 앞으로 몰려가 집회하며 시민 통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100명 안팎의 시위대는 인도를 점거했다. 경찰이 여러 차례 시위대를 설득한 뒤에야 시민들은 1m 남짓한 공간으로 지나갈 수 있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는 지난 17일부터 문 권한대행이 사는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후문에서 한 달 동안 하루 두 차례 출퇴근길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문 권한대행과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인근 상인들은 불편함을 넘어 고통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시위대의 소음과 욕설로 불편함이 커졌다고 호소했다. 이날 시위대는 부부젤라와 호루라기를 불었다. "(문 권한대행의) 가족 신세도 망치겠다", "한판 붙자"며 욕설을 하는 이도 있었다. 한 집회 참가자는 "집회 신고했으니 욕하고 목소리 내는 것은 얼마든지 괜찮다"며 소란을 부추기는 모습도 보였다. 주민들은 손으로 귀를 막거나 소음을 피하고자 뛰어다녔다.
확성기 소리로 현장은 차가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란스러워졌다. 한 지지자는 문 권한대행이 고교 동창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음란물이 공유되는 것을 묵인했다며 확성기에 대고 "음란 수괴", "야동 판사"라고 외쳤다.
한 달여간 집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월 초 개학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이 특히 컸다. 아파트 주변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어 아침, 저녁 시간 집회가 계속되면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좋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살 자녀를 둔 윤모씨(43)는 "등하교할 때도 문제고 저녁 시간에는 아이가 영어학원에 가야 한다"며 "돌아가더라도 동선을 바꾸든지 해야겠다"고 전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영업에 차질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오후 6시께 집회 장소 근처에 있는 식당은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단지 내 식당 7곳 중 손님이 한 명도 없는 식당은 4곳이나 됐다. "집회 이후로 장사가 잘되시느냐"는 질문에 한 자영업자는 손가락으로 빈자리를 가리키며 "보이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시위대가 아파트 내 신고하지 않은 곳으로 이동하며 경찰의 업무 가중도도 높아졌다. 일부 지지자는 애초에 신고했던 아파트 후문이 아니라 정문 쪽으로 향했다. 경찰들은 조를 나눠 후문과 정문에 있는 이들을 제지해야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종로경찰서는 물론이고 서울경찰청까지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행에 대한 과격시위는 헌법재판관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 주변 100m에서도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고자 집회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다른 주민들도 머무르는 집까지 쫓아가서 시위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문 권한대행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은 사실에 기반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명예훼손의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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