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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에게 불만있나?" 그에게 힘 실어준 트럼프

"많은 살해 위협" 받지만 정부 지출 줄이겠다고 공언한 그사람은?

"누가 그에게 불만있나?" 그에게 힘 실어준 트럼프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내각회의(국무회의)에서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성부 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그는 "기술 지원"이라고 적힌 셔츠와 트럼프 선거의 구호가 적힌 모자를 쓰고 있다. AFP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일론에 대해 불만 있는 사람이 있나? 누가 불만이 있으면 우리가 그들을 여기서 쫓아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첫 내각 회의에 회의 멤버가 아닌 머스크를 불러 발언하게 하고, 그에 대한 각별한 신임과 지원의 입장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난달 20일 백악관 재입성 이후 처음 연 각료 회의(국무회의)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발언자로 지목하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남자와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농담조로 "일론에 대해 불만 있는 사람이 있나? 누가 불만이 있으면 우리가 그들을 여기서 쫓아낼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에 대한 자신의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머스크가 정식 각료가 아님에도 이날 회의에 '옵서버' 형식으로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발언 요청을 받은 뒤 정부 지출 삭감 계획 등을 밝혔다. 트럼프 2기의 신설 조직인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고 있다.

트럼프 첫 내각 회의에 첫 발언자는 일론 머스크, 부통령은 56분만에 발언

"누가 그에게 불만있나?" 그에게 힘 실어준 트럼프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내각 회의(국무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스콧 터너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 서서 대표 기도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앞줄 왼쪽 두번쨰)과 마르코 루비오(앞줄 왼쪽 끝) 국무장관과 피트 헤게스(오른쪽 앞줄 두번째) 국방장관, 하워드 루트닉 상무부 장관이 고개를 숙이고 따라서 기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발언 기회를 얻은 머스크는 "우리는 수조 달러의 연방 적자 감축을 이루기 위해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우리가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미국은 파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공무원 감축 계획에 대해 "필수적인 일을 하고 있고, 일을 잘하고 있는 모든 이들은 그대로 두고 싶다"면서도 "그 일이 필수적이지 않거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 당연히 공공 급여 대상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머스크는 DOGE가 에볼라 예방 프로그램을 취소한 일을 거론하며 "우리는 실수를 한다. 완벽할 수 없다"고 했지만 "DOGE의 전반적인 목표는 거대한 연방정부 부채 해소를 돕는 것"이라며 "우리는 2조 달러(2870조 원)의 적자를 가진 나라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많은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식 각료는 아니면서, '특별 정부 직원'이자 '대통령 선임 고문'으로 분류되는 머스크는 연방 정부 공무원 감축과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해체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미국 공직 사회에 일대 파장을 몰고 온 동시에 적법성 논쟁에 휘말려 있다.

"나는 그저 변변치 않은 기술 지원자"라며 이례적으로 몸 낮춘 머스크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는 이날 트럼프 지지자들이 착용하는 선거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썼고, 검은색 재킷 안에 '기술지원'(Tech Support)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착용했다. 그는 발언에 앞서 자신의 셔츠에 새겨진 문구를 참석자들에게 보여주며 "나는 그저 변변치 않은 기술 지원자"라고 말했다.

최근 시사주간 타임지 표지 모델로 백악관 대통령 책상을 차지한 자신의 사진(합성사진)이 등장하면서 '실권자' 논란이 벌어진 상황을 의식한 듯 '의도된 겸손'의 몸짓으로 읽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든 정부 부처에 머스크가 이끄는 DOGE 대표를 파견하도록 지시했다. 머스크가 대규모 연방 정부 예산 지출 삭감·동결, 연방 공무원 해고 등을 주도하면서 월권 논란을 받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 더 힘을 실어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DOGE의 비용 효율성 이니셔티브 실행'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행정명령은 DOGE 대표를 전 정부 기관에 파견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대표는 각 부처 지도부와 협력해 정부 지출이 투명한지 여부를 점검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이를 위해 각 기관은 DOGE 대표에 모든 지출에 대해 서면으로 간략하게 정당한 사용 이유를 제출해야 한다.

모든 부처에 머스크의 DOGE 대표 파견 지시에 공산당 정치위원 파견이란 비유도


각 기관은 DOGE에 회의, 출장 비용 등을 월별로 보고해야 하며 이날부터 30일간 정부 부처에서 사용되는 모든 신용카드는 사용이 동결된다.

DOGE 대표가 각 정부 부처에 파견되는 것을 두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과거 소련 공산당의 정치위원(commissar)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 승리 1등 공신인 머스크는 DOGE를 실질적으로 이끌면서 연방 정부의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서 머스크가 첫 공개 발언을 하도록 했다.

이날 회의에 대해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일론 머스크가 스포트라이트를 훔쳤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시작 56분이 지나서야 JD밴스 부통령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