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미국에서 방송된 정치 풍자 코미디 프로그램 SNL이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정상 회담을 재연한 극중 한 장면. SNL 유튜브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공개 설전 끝에 파행으로 끝난 가운데, 미국 유명 정치 풍자 프로그램 'SNL'이 이를 풍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JD밴스 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면박을 주는 모습을 가감 없이 재연해 "잔인하게 조롱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방송된 SNL은 정상회담이 열린 백악관을 무대 삼아 "전날 트럼프와 젤렌스키 회담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이를 본 모든 사람이 안심하며 '이제 세상이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했다"며 시작했다.
이어진 화면에는 트럼프, 젤렌스키, JD밴스 등을 분장한 배우들이 백악관 집무실을 재연한 세트에 앉아있는 장면이 등장했다.
극 중 트럼프로 분장한 배우는 "나는 '가자(GAZA) 호텔' 사장"이라며 "이 믿을 수 없는 함정 속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대한 것을 환영한다. 우리는 곧 아무 이유 없이 그를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 호텔'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중동 평화 구상을 풍자한 것이다.
이어 옆에 앉은 젤렌스키의 복장을 지적하며 “마치 스타트렉 캐릭터처럼 보인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당신이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러시아를 침공해서 얼마나 미안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라"면서 "당신의 아내와 (푸틴이) 하룻밤을 보내도록 제안하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이에 당황한 젤렌스키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자 극 중 JD 밴스 부통령이 곧바로 그의 말을 끊으면서 "뭔가 빠졌다. 당신은 지금 15초 동안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잘 생겼다고 말하지도 않았다"고 외쳤다.
실제 전날 밴스 부통령은 젤렌스키에게 "무례하다"며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감사함을 표시해라"고 반복한 바 있다.
극중 트럼프는 “그러고보니 당신은 정장도 입지 않았다. 이건 무례한 행동”이라며 “백악관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다니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지난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서 전기톱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머스크(왼쪽). 오른쪽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티셔츠와 모자 차림으로 참석한 머스크(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 배우(가운데)가 전기톱을 들고 정상회담에 난입한 장면. 출처=AP연합뉴스, SNL 유튜브
그 순간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전기톱을 들고 온 남성이 스튜디오로 난입했다. 정상회담 이틀 전인 지난달 26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내각회의에 모자와 티셔츠 차림으로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연기한 배우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의 복장은 문제 삼지 않아 놓고, 정상회담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의 군복 차림 지적이 나온 것을 비꼰 것으로 보인다. 전기톱은 지난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서 머스크가 실제 전기톱을 들고 연방공무원 대량 해고를 시사하는 퍼포먼스를 했던 것을 연출한 것이다.
해당 방송이 끝나고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X)에 SNL을 가리켜 “또 다른 극좌 선전 기계일 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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