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시장이 혼란한 가운데, 채권금리는 투기등급 직전에 해당하는 기업의 신용도를 선반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홈플러스의 신용도가 디폴트(D, 채무불이행) 상황을 맞았음에도 홈플러스에 대규모 담보대출을 실행한 메리츠금융그룹 신용도는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홈플러스 CP 금리, 이미 투기 직전 등급 반영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직전인 지난 2월 21일 회사가 발행한 CP (6개월물) 금리는 연 6.50%로 민평금리 연 5.80% 수준보다 높은 수준에서 발행됐다. 이는 A3- 기준 연 6.28%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A3- 신용도를 선반영하고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 2월 27일~28일 홈플러스의 단기물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단기물인 CP 신용등급 A3- 수준은 장기 회사채 BBB- 수준과 동일하게 평가된다. 한 단계만 더 떨어지면 투기등급(B) 수준이 되는 셈이다. BBB-는 정크본드(BB+) 직전에 해당하는 신용도로 채권 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도 꺼리는 수준이다.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로 강등한 지 닷새 만인 이날 다시 회사의 신용 등급을 디폴트(D)로 강등했다. 한기평은은 "홈플러스는 이번 기업회생절차의 개시 신청 및 결정으로 모든 금융채무가 동결되고 회생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만기 도래하는 채무의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면서 "홈플러스가 정상적인 영업지속 가능성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채무의 적기상환 훼손으로 채무불이행 상태에 돌입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대규모 담보 대출 내준 메리츠금융그룹, 신용도 영향은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그룹이 보유한 홈플러스에 대한 담보대출은 기한이익상실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가 메리츠금융그룹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담보대출 원리금의 회수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앞서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대해 총 1조3000억원 한도의 부동산담보대출을 실행했다. 최초 대출원금은 메리츠증권이 약 7000억원,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메리츠캐피탈이 각각 3000억원 수준이다.
윤소정 한신평 연구원은 "메리츠금융그룹은 부동산담보신탁의 우선수익권을 확보하는 형태로 담보권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아직 메리츠금융그룹 차원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담보권 행사 등 채권보전절차 실행은 가능한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담보자산의 우수한 LTV를 감안할 때 최종적인 손실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부연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이 담보로 확보한 홈플러스 합정점 외 61개 점포의 감정가액 합계는약 4조8000억원 규모(업체 제시 기준)이며 담보 대비 대출금 비중(LTV)는 약 25% 수준이다.
■ 승자의 저주된 홈플러스 인수, MBK는 모럴 해저드 비판 직면
한편 MBK는 지난 2015년 9월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유통업계와 자본시장에선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2015년 과도한 차입에 의존해 고가에 인수하면서 홈플러스가 경영 악화에 빠지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의 사례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MBK가 홈플러스 납품대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채무 탕감과 조정을 위해 법원에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의 '투기자본 MBK의 홈플러스 먹튀 매각보고서'에 따르면 MBK 인수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출된 이자 비용은 3조964억원으로 해당 기간 영업이익(4713억원)보다 2조5000억원이 많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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