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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영화 '승부'서 조훈현 '와기' 재현.."유아인 편집 안했다" 왜?

3월 26일 개봉

이병헌 영화 '승부'서 조훈현 '와기' 재현.."유아인 편집 안했다" 왜?
영화 '승부' 보도스틸.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파이낸셜뉴스] 1988-89년 바둑계 올림픽이라 불린 제1회 응씨배 세계 프로 바둑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 바둑계에 한 획을 그은 조훈현. 그는 지난 1962년 세계 최연소인 9세에 프로기사로 입단해 1982년 29세에 한국인 최초 9단에 오른 바둑계 전설적 인물이다.

1963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바둑계 원로 세고에 겐사쿠의 마지막 제자로서 스승 집에서 살며 9년 동안 바둑을 배웠다. 병역 이행을 위해 1972년 귀국한 후 국내 기전을 전부 석권하는 전관왕 3회와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응씨배, 후지쓰배, 동양증권배)을 달성했다.

1980년대 ‘한국 바둑의 봄’을 이끈 조훈현은 그렇게 10년간 적수 없이 왕좌를 지켰으나 바로 제자로 맞아들였던 이창호에게 그 자리를 내줬다. 1990년 2월 최고위전(1959년 부산일보 창설 바둑 기전)에서 이창호는 스승의 타이틀을 처음 빼앗겼다.

1991년 8월20일 서울시 종로구 관철동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이창호와 치른 명인전 제3국은 조훈현의 ‘와기(臥棋)’ 자세로 유명하다. 소파에 몸을 푹 뉘인 조 기사의 자세를 당시 언론이 이렇게 명명했는데, 바둑계 최고 원로이자 대국수인 조남철 9단은 후일 이때를 “(조훈현이) 열여섯 소년 이창호를 상대하느라 온몸이 분해될 지경이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제자가 스승의 타이틀을 다 쓸어가던 시절이니 그 부담감은 얼마나 컸을까.

당시 스승 조훈현과 제자 이창호는 한집에 살았다. 이에 조훈현의 부인은 둘을 차에 함께 태워 대국장과 집을 오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타이틀을 빼앗긴 남편과 그 타이틀을 빼앗은 제자를 함께 태우고 귀가하는 심경은 어땠을까.

조훈현의 이사와 이창호의 중학교 졸업으로 난감한 동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당시 한 바둑 전문기자는 '조훈현-이창호의 10년 사제대결'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당시 바둑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급격한 세대교체를 지켜보며 소년 기사를 일인자로 맞는 기쁨보다는 너무 빠른 대혁명을 보는 슬픔이 커 보이는 듯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조훈현이 모차르트 같다면 이창호는 베토벤을 닮았다”고 비교했다.

경이로운 것은 조훈현의 집념이다. 조훈현은 한때 이창호에게 그 많은 타이틀을 다 내줘 대다수 바둑팬들이 은퇴를 예상할 정도로 '무관의 제왕'으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하루 네댓갑씩 피우던 담배까지 끊어가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 부활에 성공한다. 특히 2002년 만 50세의 나이로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를 우승했다.

조훈현, 이창호 대결 그린 '승부'

조훈현과 이창호의 인생을 건 도전과 대결을 그린 영화 ‘승부’가 오는 26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7일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이병헌 영화 '승부'서 조훈현 '와기' 재현.."유아인 편집 안했다" 왜?
배우 이병헌. 뉴스1

이병헌 영화 '승부'서 조훈현 '와기' 재현.."유아인 편집 안했다" 왜?
배우 고창석, 현봉식, 이병헌, 문정희, 조우진(왼쪽부터)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될 예정이었던 이 작품은 이창호를 연기한 유아인이 프로포폴과 대마 등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결국 극장 개봉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현재로선 유아인을 최대한 지우고 이병헌 단독 주연 영화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영화 ‘승부’는 조훈현(이병헌)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 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 이병헌이 조훈현을, 유아인이 이창호를 연기했다. 또 이창호의 아역은 김강훈이 분했다.

이병헌은 7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승부’ 제작발표회에서 “실존 인물과 실화 바탕 작품이라 이야기 자체가 영화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힘을 갖고 있다”며 “바둑은 관심 없던 분야였는데도 참여하고 싶었을 만큼 드라마가 주는 힘이 컸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장인어른이 제가 출연한 그 많은 영화 중 유독 이 영화만 매번 볼 때마다 ‘언제 개봉하냐’고 물었다”며 “그 시대를 알고 그분들을 아는 사람들에겐 이 영화를 기다리는 마음이 크더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앞서 제작사가 공개한 영화 스틸에서 대국 현장의 긴장감 넘치는 순간을 세밀하게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이병헌은 “촬영 전 조훈현 국수를 직접 뵀는데, 바둑돌을 잡는 것만큼은 바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현역 프로 바둑기사들에게 바둑을 사사받았다”며 ‘손가락 관절’ 연기를 예고했다. 실제로 ‘승부’ 촬영 현장에는 매 회차 프로 바둑기사들이 상주해 영화의 사실성을 높였다.

"유아인 출연장면 편집 없어"

최대 관심사인 이창호를 연기한 유아인 출연분에 대해선 손을 대지 않았다.

김형주 감독은 "예고편에서는 유아인의 모습을 편집했지만, 본편에서는 이야기 전개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삭제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유아인 분량을 편집하면 이야기 자체가 성립되기 힘들다"며 "영화를 보면 충분히 납득하실 것이라고 믿는다. 감독 입장에선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 상처를 입었는데 거기에 또 생채기를 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 기획 및 촬영) 의도대로 영화를 선보이는 게 도리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병헌 영화 '승부'서 조훈현 '와기' 재현.."유아인 편집 안했다" 왜?
영화 승부 보도스틸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