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약진에 붕괴 위기 몰린 민주콩고, 美 국무장관에게 서한 전달
코발트 등 지하자원 풍부한 민주콩고...자원 개발권 제안
대신 미국의 군사지원 요구 "절박한 요청"
美는 광물 얻고 현지 中 영향력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
지난달 16일 민주콩고 남키부주 부카부에서 반군 조직 'M23' 소속 병사들이 시내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반군의 공세로 붕괴 위기에 몰린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정부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게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 트럼프 정부의 우크라이나 협상을 지켜본 이들은 대가로 광물을 준다고 제안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민주콩고 상원의 피에르 칸다 칼람바이 국방·안보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미국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 지난달 21일 날짜로 보낸 서한을 입수해 이같이 전했다. 민주콩고 정부는 해당 서한에서 미국 기업에 현지 광물 탐사권 및 전략 광물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 이어 대가로 미국의 군사 장비 및 훈련 지원을 요구했다.
현재 민주콩고는 세계 코발트 생산의 약 80%를 담당하고 있으며 코발트는 전기차나 휴대전화의 핵심 소재다. 미국 광산기업 프리포트 맥모란은 지난 2016년에 현지 구리 광산 지분을 매각하고 민주콩고를 떠났고, 현재까지 어떠한 미국 대기업도 민주콩고 광산 개발에 손을 대지 않고 있다. 민주콩고에는 코발트 외에도 콜탄과 희토류 등 다양한 전략자원과 금, 다이아몬드, 구리, 리튬, 우라늄 등이 다량 매장되어 있다.
벨기에 식민지 국가로 1960년에 독립한 민주콩고는 식민 지배의 여파로 부족간 갈등을 빚었으며 특히 이웃 르완다와 충돌했다. 양국은 1996년과 1998년에 2차례의 전면전을 치르기도 했다.
민주콩고는 종전 이후에도 약 30년에 걸쳐 국경지역의 수많은 반군 세력과 싸웠다. 최근에는 ‘M23’의 약진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12년에 창설된 M23은 광물 자원이 많은 국경지대에서 자원 이권을 바탕으로 세력을 키웠다.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의심받는 M23은 지난 1월 말 대규모 공세로 인구 200만의 동부 최대 도시인 북키부주 주도 고마를 장악했다. 지난달에는 동부 제2의 도시인 남키부주 주도 부카부도 점령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JS헬드의 인디고 엘리스 전무이사는 이번 서한에 대해 “절박함에 따른 행동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우크라에 지난 3년 동안 군사지원 대가로 광물 지분 50%를 요구할 만큼 광물자원 확보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엘리스는 민주콩고 측이 트럼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러한 제안을 떠올렸다고 추정했다.
이번 제안은 미국 입장에서 광물 자원 확보와 중국 견제라는 2가지 목적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기회다. 현재 민주콩고의 광산 개발권은 대부분 중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루비오에게 전달된 서한에는 “민주콩고의 광물 공급망은 역사적으로 중국이 차지했지만, 펠릭스 치세케디 민주콩고 대통령의 최근 정책 변경은 미국이 직접적이고 윤리적인 공급망을 건설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일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미국 백악관은 해당 서한에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FT에 "민주콩고는 첨단 기술에 필요한 주요 광물의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부합하는 분야에서의 협력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화를 내고 있다. 이날 두 정상은 미국이 우크라 광물 지분의 최대 50%를 가져가는 광물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었으나 회담 파행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AF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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