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연금보험 개시 전 사망하거나 해지한 경우 지급액을 보험 적립금의 70%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생전에 받는 연금액을 늘리는 '한국형 톤틴·저해지 연금보험' 상품이 내년 초 출시된다. 이 경우 보험 계약자들이 받는 연금액이 일반 연금보험 상품보다 38% 늘어나 고령자들의 노후대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사의 요양산업·실버주택 규제 완화를 통해 보험사 자회사의 요양시설 운영 부지 선택폭이 수도권 등으로 넓어지고 실버주택 운영 전문 자회사도 등장할 전망이다.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이 돌려 받는 '한국형 톤틴보험' 내년 초 출시
금융당국은 16일 제7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논의한 이같은 내용의 보험산업 미래대비 과제를 발표했다. 보험산업 미래대비 과제는 △인구 △기후 △기술 3대 변화 대응 해외진출·실물투자 활성화 △부채관리 활성화 등 5대 분야, 11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먼저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해 내년 초 한국형 톤틴·저해지환급형 연금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톤틴·저해지 연금이란 연금 개시 전 사망하거나 해지한 경우 보험료 적립액보다 낮은 금액을 지급하는 대신 계약 유지자의 연금액을 증액시키는 상품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고령화 진전에 따라 노후소득 보장 필요성은 증가하고 있지만 국민연금 월평균 수급액은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2022년 기준 노후적정 생활비는 월 177만원이지만 국민연금 월평균 수급액은 58만원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선진국 대비 사적 연금시장 규모도 여전히 낮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적연금 적립액 비율은 미국 134.4%, 영국 104.5%인데 비해 한국은 28.5%에 그친다.
금융당국은 "이에 톤틴·저해지 연금보험을 도입해 연금보험 활성화 및 국민의 노후대비 지원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톤틴·저해지 연금보험은 사망시 지급하는 보험료를 보험료 적립액의 현행 최대 100%에서 최대 70%로 줄이는 대신 생전 연금액은 보험료 적립액 이상을 지급하도록 설계된다. 사망하기 전 연금보험을 유지하면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이 돌려받는 셈이다.
종신연금 보험 역시 중도해지 환급금을 일반상품보다 적게 지급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보험계약자들이 받는 연금액은 일반상품 대비 38% 상승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금융당국은 현재 감독규정상 종신연금만 저해지가 허용되는 만큼 우선 종신연금 저해지 상품을 개발한 뒤 운영 상황에 따라 확정기간형 저해지 허용 여부도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상품을 출시하는 보험사들은 연금보험 지급 전 사망·해지시 지급금이 감소한다는 점을 가입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계약자 확인서 강화, 보험사 자체 상품판매자격제도 운영, 해피콜 실시 등을 해야 한다.
보험사 상품 세부 서식과 전산이 마련되면 내년 초 관련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요양산업 진출 쉬워진다..실버주택 위탁운영 전문사도 허용
보험사의 요양산업·실버주택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요양시설과 실버주택 등 신사업에 진출하려 하지만 관련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보험사가 요양시설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토지와 건물을 직접 매입해야 한다. 특히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몰린 도심지역에 요양시설 설립을 원하고 있지만 도심지역의 경우 높은 토지 매입 비용으로 요양시설 설립에 들어가는 초기 투자 부담이 크다. 업계에서는 요양시장 활성화를 위해 요양시설에 대한 소유권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요양시설 진출 활성화를 위해 토지 용도제한 등으로 불가피하게 요양 이외의 업무를 하는 경우도 허용하기로 했다. 특히 요양시설 운영과 건강관리(헬스케어) 서비스 등과도 연계 가능한 시니어 푸드 제조·유통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확대한다.
실버주택 위탁운영만 전문적으로 하는 자회사도 허용한다. 실버주택 사업경험이 없어도 위탁운영이 가능하도록 노인복지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보험사 자회사의 장기임대주택 운영을 허용해 임대주택 공급 확대도 지원한다.
보험사의 헬스케어 진출 활성화를 위해 비의료서비스로 인정된 업무의 경우 영위 가능업무로 추가 허용한다. 이럴 경우 보험사에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디지털 의료기기를 통해 수집한 고객 건강정보를 건강지표로 계산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상품이 출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다양한 맞춤형 헬스케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비의료기관 헬스케어 서비스 범위 확대를 지속적으로 협의할 방침이다.
보험회사가 다양한 펫보험 연관 사업을 플랫폼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부수업무도 허용된다.
해당 플랫폼에서는 인공지능 건강진단-반려동물 보험가입-병원예약-보험금청구 등 보험 단계별 연계가 가능해진다. 여기에 반려동물 건강관리, 용품 판매, 반려동물 등록 지원 등 관련사업까지 원스톱으로 연결 가능하다.
이 외에도 기후변화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후변화 관련 보험상품 및 서비스를 추진한다. 기상이변 등 기후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수형 날씨보험 개발을 지원하고 보세창고 보험가입 범위를 확대해 자연재해에 따른 화주·창고업자의 손실을 보장한다.
오는 2027년 완전 자율 주행차 상용화에 대비해 자율주행차 전용 보험상품도 개발한다. 자율주행시스템 결함 등을 원인으로 발생한 사고를 보장하는 신규 담보를 개발하고, 자율주행차 보험료 산정 시 일반자동차보다 낮은 사고율을 반영하는 등 보험료를 할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기로 했다.
■보험사 공동재보험 활성화..계약이전 단위 세분화
금융당국은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선제적인 부채관리가 중요해진만큼 공동재보험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기존 자산이전형과 약정식 자산유보형의 거래유형이 도입됐지만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두 유형의 장점을 융합한 ‘일임식 자산유보형’ 거래를 도입해 공동재보험 활성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보험계약이전을 활성화하기 위해 계약이전 단위를 세분화한다. 보험사는 현행법에 따라 임의적 계약이전이 가능하지만 포괄이전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회사가 비핵심사업 정리, 자본 재배분 등에 계약이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위험률, 예정이율 외에 판매채널에 따라 사업비가 다른 사례 등 계약 이전에 용이하도록 계약이전 단위를 보다 세분화할 방침이다.
보험회사의 경영·재무상태를 고려해 필요한 경우 계약이전을 인가하는 등 심사요건 역시 합리화한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발표한 보험개혁종합방안 관련 법령 개정과 제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며 법령 개정없이 수행할 수 있는 과제들부터 최대한 속도감 있게 집행할 예정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보험을 활용해 인구·기후·기술 등 3대 변화의 충격을 미리 준비하고, 이를 위한 보험 영역·시스템·참여자의 확장 및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번에 마련한 미래대비 과제를 통해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혁신하는 보험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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