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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SNS까지 뒤진다"… 美 들어가기 무서워졌다

트럼프 불법 이민자 척결 기조에 따른 조치
구금된 외국인 "통역 제공도 없이 수용소로"

"핸드폰, SNS까지 뒤진다"… 美 들어가기 무서워졌다
미국에 입국하려는 이민자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에 입국하려던 사람들이 입국장에서 휴대전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검열을 당하거나 구금됐다는 경험담이 전해지면서 미국으로 여행가려던 사람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입국장의 이 같은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척결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구금에 이어 추방하는 사례까지 늘면서 해외 각국 정부들은 자국민 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미국에 들어가려는 이민자와 관광객이 입국장에서 크게 강화한 심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입국심사 직원들이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이민자와 관광객의 비자를 깐깐하게 살피고 이 과정에서 구금이 결정되는 사례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는 실제 외국인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캐나다인 배우 재스민 무니는 미국에 입국하려다 열흘 넘게 이민자 수용소에 머물러야 했다. 그는 통상 캐나다인에게 허용되는 절차대로 입국장에서 새로운 취업 비자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입국이 거부됐다.

두 곳의 수용소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구금 이유에 대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고 변호사 선임이 허용된 뒤에야 12일 만에 풀려났다.

무니는 "나는 캐나다 여권에 변호사, 언론의 관심, 친구, 가족, 심지어 나를 옹호하는 정치인까지 있었다"며 "나보다 불리한 여건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미국 입국) 제도가 어떻게 작용할지 상상해보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독일인 배관공인 루카스 실라프도 미국 시민권자인 약혼녀와 함께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려다가 국경 검문소에서 붙잡혔다.

이민국 직원들은 그가 관광이 아니라 거주 목적으로 미국에 가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그를 미국 샌디에이고의 수용소로 보냈고 16일간 구금된 끝에 독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입국 심사를 하면서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 개인 전자기기를 열어보는 일도 생겼다. 입국 신청자들 중 SNS 계정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한 프랑스 과학자는 최근 휴대전화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 입국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휴대전화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이던 고(故) 하산 나스랄라의 사진을 갖고 있던 레바논 국적의 미국 브라운대 교수가 공항에서 추방되기도 했다.

미국 행정부는 이 같은 조치들이 적법한 권한에 따른 직무 수행이라는 입장이다.

미 국토교통부 산하 관세국경보호청(CBP)은 "국경을 통과하는 전자기기를 합법적으로 검사하는 권한은 디지털화가 가속하는 세계에서 미국의 안전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각국 정부들은 미국을 방문하는 자국 여행자들에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알렸다.

영국 외무부는 홈페이지에 "미국 당국은 입국에 관한 규칙을 엄격하게 정하고 시행한다. 당신이 규칙을 어길시 체포되거나 구금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게시했고 독일은 비자나 입국 면제를 받았다고 해서 미국 입국이 보장되는 게 아니란 점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미국 여행에 관한 권고 메시지를 보완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