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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에 이어 '토끼' 까지 먹다니..그 모습은 왜 그리 웃긴지"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57>

<57>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안도라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안티베에서 베르나르씨와 작별을 하고 엑상 프로방스로 가던 중 까브리의 타이어에 못이 막힌 것을 발견하고 정비소를 찾아갔다.

앞바퀴에 커다란 대못이 깊숙히도 박혀있어 바퀴가 많이 내려앉아 있었다. 물가 비싼 프랑스에서 정비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걱정됐지만 고칠 수밖에. 전문 정비공 두분이 능숙하게 못을 빼고 패치를 넣은 뒤 타이어에 공기를 넣고 공기압 점검까지 해주는데 15분밖에 안걸렸다.

얼마에요? 5유로라고 한다. 5유로? 와, 엄청 빠르게 싸게 잘 고쳤다. 멋진 수염을 기른 프랑스아저씨가 손을 흔들며 잘가라고 인사까지 해주신다. 친절한 정비소에서 기분좋게 차를 정비하고 나왔다.

"비둘기에 이어 '토끼' 까지 먹다니..그 모습은 왜 그리 웃긴지"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57>
스페인 가는 길에 엑상 프로방스라는 작은 도시에 들렀다. 사진=김태원(tan)


스페인 가는 길에 엑상 프로방스라는 작은 도시에 들렀다.

도시가 예쁘다고 베르나르씨가 꼭 들려보라고 추천해주셨는데 화가 폴 세잔의 고향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시내를 좀 걸어보려고 나서는데 하필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분다.

날은 맑은데 바람이 먼지와 꽃가루, 나뭇잎들을 마구 날려서 황사가 짙게 깔리는 날보다 더 심했다. 꽃가루와 먼지를 피해보려고 썬그라스와 마스크를 썼지만 걸어다니며 도시를 구경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희한한 것은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마스크도 없이 태연하게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날씨가 익숙한 것일까?

미하보 광장이라는 곳에 왔는데 광장이라기보단 차가 안다니는 긴 도로같다. 아름다운 조각상이 있는 로톤데 분수가 멋있었다. 이 도시이름 앞에 붙은 Aix가 라틴어로 물을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물이 풍부해서 작은 도시에 분수가 천개가 넘는다고 한다.

길가에 예쁜 과자점을 발견했다. 도시구경도 구경이지만 이곳에 온 가장 큰 목적, "칼리송"을 먹어보려고 가게에 들어갔다.

"비둘기에 이어 '토끼' 까지 먹다니..그 모습은 왜 그리 웃긴지"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57>
아몬드를 주재료로 만든 디저트 '칼리송'. 사진=김태원(tan)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아몬드를 주재료로 만든 디저트. 작은 나뭇잎 모양의 칼리송 8개 들이가 5.5유로란다. 하나에 거의 천원꼴이다. 사자마자 한개씩 먹어보았다. 달콤하고 약간 쫀득한것이 예상치 못한 꽤 색다른 맛이었다.

특이하기는 한데 뭐 '엄청 맛있다!'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칼리송 봉지를 꼭 쥐고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누르며 서둘러 바람을 피해 차로 돌아왔다. 다시 길을 가던 중 예쁜 호수를 만났다.

몽펠리에 근처의 오흐 연못이라고 한다. 물은 참을 수 없지. 나는 물을 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저 멀리 홍학이 보였다. 야생 홍학들이 물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홍학을 가까이서 더 보고싶었지만 주차할 곳이 없어 그냥 지나가며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홍학들을 지나니 이번엔 카이트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좋은 날씨에 바람도 세게 불고 색색의 카이트에 몸을 맡기며 물살을 가르는 사람들을 보니 너무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프랑스 남부는 정말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것 같다.

운하가 있는 작은 도시 세트도 지났는데 선착장에는 해적시대에 다녔을 법한 커다란 범선도 있어 신기했다.

제주도의 4분의 1 크기 소국 '안도라'..나라 전체가 관광지

원래 다음 목적지는 스페인으로 가려고 했는데 탄이 지도를 보다가 "안도라(Andorra)"라는 나라를 발견하고 이런 나라도 있었냐고 한다. 나도 궁금해져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모나코와 같은 작은 나라였다. 제주도의 1/4크기라고 한다.

물가가 스페인보다 저렴하고 면세도 많이 되서 주변국에서 이 곳으로 쇼핑하러 간다는 이야기에 솔깃해서 숙소를 알아보니 마음에 드는 저렴한 곳이 있어서 2박정도 하기로 예약을 했다. 안도라가 EU국가가 아니라서 국경을 넘고 하는 불편이 있을 것이 우려되긴 했지만 어떤 한국 여행가의 블로그에서 안도라에 가서 식당에서 음식을 여러가지 실컷 먹었는데 한접시에 3000~4000원밖에 안한다는 글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프랑스 남부 평원과 작은 마을들을 지나니 산이 보이고 구불구불 오르막길이 나온다. 꽤 많이 올라왔다 싶었는데 저 멀리 국경검문소 같은 건물이 보인다.

"비둘기에 이어 '토끼' 까지 먹다니..그 모습은 왜 그리 웃긴지"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57>
안도라 가는 길. 굽이굽이 산 길을 올라야 한다. 사진=김태원(tan)


회색의 지붕이 매우 높은 건물앞에 국기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고속도로 요금소 비슷한 곳 옆에 차를 세워 사람을 기다렸으나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안온다. 앞쪽에 또하나있는 검문소로 이동하니 다행히 사람이 있다. 부스안의 사람이 탄이에게 "캠핑?" 하고 물어보더니 "고(go)~"하며 가라고 한다.

까브리를 보고 캠핑카인걸 알아챈 모양이지만 여권에 도장도 안찍어주고 그냥 가라고? 뭔가 잔뜩 긴장하고 왔는데 얼떨떨하고 맥이 풀린다. 캠핑카타고 오는 사람이 많은가보다. 여기 출입국 사무소에서 입국수속을 해야한다는 정보를 듣고 오래 걸릴 것을 각오하고 왔는데, 나라가 바뀌는데 이렇게 쉽게 통과될 줄이야. 웃음이 났다. 뭐 감사한 일이다.

안도라의 주요 산업은 관광업과 무역업이라고 한다. 그래서 국경검문이 쉽고 빠른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안도라에 들어오니 저 멀리 자욱한 안개속에 스키리조트가 보인다. 스키장이 있는 산비탈에 작은 도시가 있었다. 우리 숙소가 있는 곳이 저곳인가보다. 국경에서 5분거리라고 나와있다. 이곳은 해발 2000m가 넘는 곳으로 5월에 기온이 2~6도로 초겨울 날씨였다. 따뜻한 프랑스 남부에서 반팔을 입고 있다가 몇시간 만에 기온이 확 내려가자 당황스러웠다.

국경마을은 전체가 산비탈 경사진 곳에 있었고 관광도시답게 상점이 즐비했다.

숙소를 찾아야 했는데 네비에 나온 주소가 뭔가 불확실했다. 길을 걸으며 찾다보니 여기도 프랑스에서 묵었던 곳처럼 비시즌에 스키리조트를 저렴하게 빌려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운행하지 않는 리프트며 곤돌라들이 많았다.

문을 닫은 곳도 많아서 헤메다가 사람이 있는 어떤 사무실에 들어가 물어보니 친절하게 위치를 알려주셨다. 다시 차를 타고 아래쪽 길로 한참 내려가서 좁은 계단을 올라가 2층의 사무실에 가니 웬 청년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주렁주렁 걸린 열쇠 중 우리에게 하나를 건네주고 숙소위치도 알려주었다.

이틀뒤 다시 이곳에 키를 반납하면 된다고 한다. 무사히 숙소찾기 미션을 완료하자 배가 고파졌다. 여기가 그렇게 저렴하다고 하니 맛있는거 잔뜩 먹어주리라 벼르고 식당을 찾아나섰는데 이런, 가는 곳 마다 문을 닫았거나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비시즌이라 손님이 적어서 문 연 곳이 별로 없나보다. 사람이 없어 한가해서 좋긴한데 또 이런 단점이 있다. 식당을 찾아 걸어다니다보니 이제 눈까지 온다. 계절이 다시 뒤로 돌아가 겨울이 된것 같다.

몇군데를 들락날락 실패하다가 드디어 문 연 곳을 발견했다. 식당이라기보다는 술집인것 같았지만 뭘 먹을 수 있을 것같은 메뉴가 식당앞에 써있어서 들어가보기로 했다. 자리를 잡고 메뉴를 보니 영어가 아니다. 안도라는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있어서 이곳 사람들은 주로 스페인어와 불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비둘기에 이어 '토끼' 까지 먹다니..그 모습은 왜 그리 웃긴지"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57>
5월에 눈이 온다. 사진=김태원(tan)

비수기라 식당 찾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문 연 식당 발견

나는 눈치로 치킨인듯한 것을 시켰는데 탄이는 구글에 이 식당을 검색해서 사람들이 후기로 올린 사진을 보고 맛있어 보이는 것을 시켰다. 주문후 궁금해서 그 메뉴가 뭔가 검색해보니 이런, 프랑스어로 토끼였다. 이곳 사람들이 토끼를 먹는다는 것을 얼핏 듣긴 했는데 하필 시킨것이 토끼라니. 이집트에서 비둘기에 이어 토끼요리를 먹게 된 탄.

"뭣도 모르고 토끼고기를 시켰네. 우어~ 뭐 먹어보는 거지. 제발 맛있기를..." 하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넓은 나무도마같은 플레이트에 나에게는 닭 반마리, 탄이에게는 토끼 반마리가 구워져나왔다. 그런데 야채와 감자튀김을 곁들여서.

구운 토끼가 놓여있는 모습이 왜 그리 웃긴지. 나는 한참을 웃었다.

사진을 찍으며 씁쓸하게 웃으며 조그맣게 "나도 닭 시킬껄.." 하고 중얼대는 탄이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드디어 구운 토끼의 살을 발라 한입 먹어보는 탄. 보기에는 닭이랑 비슷하게 생겼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어 보는데 탄이 머리를 갸우뚱 하더니 "음, 신기하다. 닭이랑 생선이랑 중간정도 되는 것 같아. 맛있어."라고 한다. 표정이 나쁘지 않은 걸 보니 먹을만한 가보다. 안심하고 식사를 잘 했다. 하지만 식사비용은 너무 기대를 많이 하고 와서 그런지 그다지 저렴한 것 같지는 않았다.

"비둘기에 이어 '토끼' 까지 먹다니..그 모습은 왜 그리 웃긴지"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57>
사진=김태원(tan)


다음날 일어나서 탄이 창문의 셔터를 열심히 돌려 열어보니 밖에 눈이 정말 펑펑 오고 있었다. 5월 중순에 함박눈이라니. 어제 낮 프랑스에서는 반팔입고도 더워했었는데. 다행히 우리 까브리에 사계절 옷이 다 있으니 망정이지 여행중에는 정말 계절 변화가 무쌍하다.

밖에 나가보니 까브리에도 눈이 소복이 쌓여 치우지 않고는 운행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한 5~10cm는 온 듯하다.

식사비는 몰라도 주유비는 확실히 저렴했다. 싸다고 생각한 룩셈부르크가 1.4였는데 여긴 1.27유로.

눈이 쌓인 산비탈에 작은 레이싱 트랙이 있었는데 트랙에도 눈이 쌓인 상태로 차가 드리프트를 막 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눈길이라 저거 하려고 왔다며 탄이 은근 부러워하는 눈치다. 탄이도 10여년전 미국여행할때 라스베가스에서 드리프트 하는 것을 배운적이 있었다.

겨울왕국처럼 온통 하얗게 변한 풍경을 감상하며 안도라의 수도인 안도라 라 베야(Andorra la Vella)로 향했다. 산길에 눈이 하얗게 쌓여있었고 나무들도 온통 흰옷을 입어 크리스마스 느낌까지 났다.

눈이 많이 와도 까브리에는 윈터타이어가 장착되어있어 안심이다. 한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안도라 라 베야에 도착했다. 산들 사이 계곡에 폭 파묻혀있는 작은 도시이다. 수도라기엔 많이 작고 아담한 느낌이지만 뭐 나라 자체가 작으니 당연한것 같다.

큰 건물앞에 높은 장대위에 노란 사람모양 조형물이 여럿 앉아있다. 아마도 박물관인 모양이다. 피레네 산맥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고도가 높고(해발 1409m) 7월 평균기온이 20도 정도로 시원하다고 한다. 눈은 비로 바뀌어 내리고 있어 차에서 도시를 한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국경 근처의 마트에 들렀더니 오렌지가 무지무지 저렴하다. 튀르키예 이후 이렇게 많은 오렌지를 싸게 살 수 있는 곳은 처음이라 너무 신이났다. 맥주 등 장을 좀 보고 스페인으로 향했다. 국경지나는 것이 아주 수월하다.

"비둘기에 이어 '토끼' 까지 먹다니..그 모습은 왜 그리 웃긴지"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57>
안도라-스페인 국경검문소. 사진=김태원(tan)


영국경찰 모자같은 까만 동그란 부스에 스페인 검사원에게 탄이 십여년전 배운 스페인어를 써먹는다. "부에노스 디아스" 그러자 국경공무원도 같은 인사를 해주었다. 우리를 보더니 일본사람이냐고 묻는다. "아니요, 한국사람입니다." 그러자 "Korea del Sur?(남쪽 한국이요?)" 하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자. 갑자기 엄지를 척하고 든다. 기분이 좋아져서 다같이 웃었다.

프랑스에서 안도라 입국할때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으로 출국하는 국경검문소도 검사관이 매우 호의적이고 친절하다. 이번에는 여권에 도장을 쾅 찍어주어서 안심이 되었다. 어릴적엔 챌린지를 하듯 도장이 많이 찍힌 여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자랑이었는데 이제 그런것 보다는 출국할 때 왜 도장이 없냐고 따질까봐 증명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도장이 잘 찍혀진 여권을 받고 탄이는 스페인어로 감사인사와 작별인사까지 줄줄이 말하고 이동한다. "오~ 자기 스페인어가 마구 나오네?", "어우~ 이 정도는 해야지." 하며 웃는다.
아주 나이스한 국경통과였다. 짧고 굵게한 멋진 안도라 여행이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N2LrYSYslFY?si=paw5STySTc2z3NN6>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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