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회사채 수급 불똥 촉각, 원/달러 환율 더 튈까
기획재정부 전경.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시점이 오는 11월에서 내년 4월로 미뤄지면서 향후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국채 발행시 수급 공백 우려가 나온다. 또 원화 강세를 약화시키는 재료가 될 수 있어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지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WGBI 편입시점이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5개월 연기되면서 △적자국채 공급 부담 △비우량채 투심 위축 △ 원화 약세 우려가 나온다.
그간 시장에서는 WGBI 편입이 이뤄지면 약 70조~90조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국내 국채시장에 유입돼 금리를 안정시키고 채권 수급 여건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해왔다. 하지만 연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단기적인 수급 효과는 제한될 가능성이 커진 전망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추경에 따른 적자국채 공급부담이 커진다"면서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추경 규모가 나온 것이 아니니, 규모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무리한 추경 규모와 투자자 수급 공백 시기가 맞물리게 되면 채권 시장에 악영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WGBI의 편입 시점 지연은 한국의 제도적 문제가 아닌 일본 투자자들의 결제시스템 우려로 지연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편입시기가 지연된 점은 한국 채권 투자 심리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특히 올해 국채 발행 규모는 197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에 달한다"면서 "추경의 시점과 규모는 불확실하지만 올해 추경이 단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추경이 단행될 경우 대부분의 재원은 적자 국채를 통한 조달이 불가피하며 이 경우 국채의 공급부담은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편입이 완전 무산된 것이 아니지만 일부에서는 또 다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올 수 있다"면서 "추가로 지연되지 않더라도 올해 말 기준으로 운용 수익을 확정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올해 운용할 때 WGBI라는 금리 하락 재료를 제외하면서 채권금리 하단은 기존보다 높아질 것(금리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조달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자칫 불똥은 회사채 시장에도 튈 수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안 발표는 국내외 경기침체 우려를 높이는 상황이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비우량채에 대한 투심은 예전 같지 않다.
정형주 IBK기업은행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A+이하 일반회사채의 올해 1·4분기 순발행 규모는 작년 대비 강하지 않다"면서 "디레버리징(축소)이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사태 여파는 계속 진행중으로 하이일드물에 대한 수요위축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다.
정 연구원은 "신용경색 국면에서 비우량물 조달 부진은 '고위험 크레딧을 매수하지 않은'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WGBI 편입에 따른 금리 하락이 지연되면 우량등급을 제외한 발행 수요는 더 위축될 수 있다.
또 원·달러 환율에도 부정적 재료라는 평가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가 재차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480원마저 상회했다"면서 "여기에 WGBI 편입시점 지연은 원화 강세 기대가 약화되는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4월 금통위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 상승은 기준금리 인하 결정보다 동결 결정에 무게를 두는 재료로 작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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