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베푼 이에게 돌아간 건 '감사 인사'가 아니라 '영수증'"
"다시는 나서지 말아야겠다"
[파이낸셜뉴스] 한 식당 사장이 소방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불을 꺼준 행인에게 새 소화기를 요구했다는 황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9일 현직 소방관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백경(필명)은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얼마전 소방서에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공유하며 "세상은 그렇게 또 의인을 한 명 잃었다"고 적었다.
이날 소방서에 전화를 건 사람은 같은 날 오전, 한 상가 앞에 난 불을 끈 행인이었다.
당시 행인 A씨는 누군가 쓰레기가 쌓여 있는 전봇대에 담배꽁초를 던져 발생한 화재를 목격하고, 건물 1층 식당에 비치된 소화기로 빠르게 불을 껐다.
황당한 일은 이후에 일어났다. 건물 1층 식당 사장이 큰 화재로 번질 뻔한 사고를 막아준 A씨에게 소화기를 물어내라고 한 것.
A씨는 "오전에 OO상가 건물 앞에서 불났다. 식당 사장님이 소화기를 물어내라고 하셨다. 물어줘야 되는 거냐"고 물었다.
이에 백경이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자, A씨는 "소화기는 어디서 사면 되냐"고 물었다. 백경은 "인터넷에 ABC 소화기 검색하면 나오긴 한다"고 답했다.
흔히 구비하는 3.3kg ABC 분말 소화기는 인터넷에서 2만원 안팎에 구매가 가능하다. 식당 사장은 그 2만원이 아까워 불을 꺼준 의인에게 소화기를 요구한 것이다.
백경은 "바람이 불어서 불이 상가 건물로 옮겨 붙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식당 사장님은 쓸모를 다한 소화기가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라며 "선의를 베푼 이에게 돌아간 건 감사 인사가 아니라 영수증이었다"고 전했다.
A씨는 "다시는 나서지 말아야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백경은 "세상은 그렇게 또 의인을 한 명 잃었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소화기 하나 사주고 식당 이름 공개해달라" "하마터면 큰 화재로 식당이 불탈수도 있는데 어쩜..." "세상이 이렇게 각박했었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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