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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서 일하고 쉬게 해달라"...벤처업계, 주52시간제 개편 절실

현행 제도 창의성·속도 중시하는 벤처 생태계와 맞지 않아
연·분기 단위 유연근로 허용해야...집중근무·휴식 병행
핵심 인재 '근로시간 예외' 적용 필요
정부, 유연제도 가이드라인·인센티브 마련 나서야


"몰아서 일하고 쉬게 해달라"...벤처업계, 주52시간제 개편 절실
벤처기업협회 로고. 벤처기업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 “연 단위 프로젝트 특성상 특정 시기에 몰아서 일하고, 이후 충분한 휴식을 주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지금처럼 근로시간 총량이 고정돼 있으면 핵심 인재 확보도 어렵고, 결국 수주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경기도에 소재한 산업용 로봇 개발 스타트업 대표)

벤처기업들이 주52시간 근무제의 획일적 적용으로 인해 심각한 생산성 저하와 경쟁력 약화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창의성과 유연성이 핵심인 연구개발(R&D) 중심 벤처기업들이 고강도 프로젝트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제도 유연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벤처기업협회는 1일 벤처기업 56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52시간제 운영 실태 및 애로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현 제도가 벤처 특유의 민첩한 업무 방식과 기술개발 중심의 장시간 근무 구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5% 이상이 'R&D와 핵심 인력 중심의 장시간 근무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100인 이상 기업일수록 이 같은 필요성이 더 컸다. 또한 기업의 80%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근로시간 예외 규정)’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제도 개선이 단순한 근무 조건 문제를 넘어 기업의 생존 전략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분석이다.

벤처기업 다수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은 결과 중심의 프로젝트 단위 업무 수행과 이에 따른 유연한 근로 설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제도는 특정 시기에 집중 근무가 필요한 기술개발 환경과 상충되며, 기업 운영의 핵심 전략을 제약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노사 간 자율적인 합의 아래 집중 근무와 충분한 보상이 가능해야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며 "주52시간제는 다양한 업무 패턴을 가진 벤처 생태계에 맞지 않으며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보고서는 정책 대안으로 △연장근로 단위 유연화 △핵심 인력 예외 규정 도입 △행정 리스크 완화 및 인센티브 도입을 제시했다.

우선 현행 주 단위 근로시간 관리를 월·분기·연 단위까지 확대해 기업과 근로자 간 자율적 협의에 따라 집중 근무 및 휴식이 가능하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봤다. 조사에서도 '계절별 집중근무 수요'가 드러났다.

또한 R&D 인력 등 핵심 인재에 대해 근로시간 규제를 일부 예외로 적용해 성과중심의 보상과 자율계약에 따른 유연한 업무 설계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이익 문제가 아니라 인재 유지를 위한 국가경쟁력 문제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연제도 확산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시범사업 운영, 인센티브 제공 등 정부의 행정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근로시간 유연화를 시도하려는 기업 중 절반 가까이는 '법적 리스크'와 '노사 합의의 어려움'을 주요 장애 요소로 꼽기도 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주52시간제 유연화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성과 중심 일하는 문화를 위한 미래지향적 전환”이라며 “정부는 노동 유연성 확보를 통해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 설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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