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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탄신일에 떡하니 일본신사를"…문체부 영상 부랴부랴 바꾼 이유

시민 제보에 급히 삭제한 문체부…서경덕 "감독 제대로 못한 정부가 문제"

"세종대왕 탄신일에 떡하니 일본신사를"…문체부 영상 부랴부랴 바꾼 이유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파이낸셜뉴스] 문화체육관광부가 '세종대왕 나신 날' 첫 행사에서 사용하려고 제작한 기념 영상에 '일본 신사' 그림이 포함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모르고 있던 문체부는 시민 제보를 받고 서둘러 화면을 삭제했지만, 온라인에 해당 내용이 확산되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세종대왕 나신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걸 기념해 15일 경복궁에서 '628돌 세종대왕 나신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문제의 영상은 이날 행사를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다.

작성자 A씨는 "(오늘) 제1회 세종대왕 나신 날 국가기념일이다. 아는 동생이 경복궁에서 일하고 있하는데 낮에 단톡방에 영상하고 사진을 올렸다"면서 "첫 기념일 행사하는 리허설 현장에 틀어 놓은 영상을 찍은 건데 영상에 쓰인 건물 이미지가 딱 봐도 우리 나라 전통 건물이 아닌 거 같다며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는 동생은) '영상 만든 사람에게 이게 한국 걸로 보이는 걸까'라며 일본 신사 사진을 같이 올렸다"면서 "싱크로율 99%. 글자 옆 자그마한 건물도 잘 확인은 안 되는데 우리나라 건물이 아닌 거 같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에 공유한 영상엔 실제 한국식 목조 건축물과는 다른 형태의 이미지가 들어 있다. 영상이 송출되는 화면 아래엔 문화체육관광부 명칭까지 들어 있다.

A씨는 "단톡방이 난리 났다. 감히 세종대왕님 기념일에, 그것도 일본 신사라니"라며 "제일 어이없는 일은 이 영상을 확인도 안 하고 내보낸다는 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종대왕 탄신일에 떡하니 일본신사를"…문체부 영상 부랴부랴 바꾼 이유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후 진행 상황도 추가했다.

A씨는 "(행사가) 당장 오늘 6시 시작인데 그대로 나갔다가 국제적 망신을 당할 거 같아 문체부로 전화했다"며 "담당자가 전달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불안해서 한번 더 전화했더니 답장 문자가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현장 라이브 보니 다행히 안 나오는 거 같긴 하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A씨의 글을 본 네티즌들은 "다른 곳도 아닌 경복궁에서""세종대왕께 감히" 등 비난의 글을 올렸다. 특히 영상을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문체부의 무책임을 질타하는 목소리와 함께 "제작자가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거나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등 영상 제작 업체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

해당 사실이 알려진 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경복궁에서 열린 공식 행사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작한 영상이 여러 차례 상영됐다"며 "영상 속에 일본 신사의 모습이 담겨 논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종대왕 나신 날을 맞아 제작한 영상 속 배경에는 우리 한옥이 아닌 일본 신사의 모습이 흑백으로 담겼다"며 "일본 국가등록유형문화재인 도쿄의 '간다 신사' 사진"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상 속 또 다른 건물은 중국의 절 형상을 한 사진"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영상은 본 행사 시작 전 여러 차례 재생됐지만 본 행사 때는 사용되지 않았다"며 "전 세계에 한글과 한국어를 널리 보급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국내 행사에서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제작한 업체를 탓하기보다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 한 정부 기관이 더 반성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