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생계 보장 최선다했다는 취지"
vs 국민의힘 "자영업자 모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커피 한 잔 팔면 8000원에서 1만원 받을 수 있는데 원가가 내가 알아보니까 120원이더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 중)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의 발언을 두고 "자영업자를 악덕 사업자로 만들었다"며 맹공격을 퍼부으면서다.
민주당은 억울하다. 맥락을 삭제한 공격이라고 반박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맥락상 이 후보가 언급한 '2019년 당시 커피 한 잔 원두값'은 120원 정도가 맞다. 자영업자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식으로 매도한 것도 아니다. 다만 자영업자들이 상처받은 것도 사실이다.
잠시 이 후보가 문제 발언 전 어떤 말을 했는지 맥락을 살펴보자.
"제가 경기도지사할 때 칭찬 받은 일은 계곡에 불법 영업을 싹 없앤 것이다.(...)사람들이 여름 한철 계곡에 가서 발 좀 담글라고 하면 자릿세를 내라 하고, 백숙 두 마리 안 사먹으면 못 들어가게 했다. 그래서 그건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정리하기로 했는데 '이재명이 너무 과격하다', '앞으로 나도 때려부수면 어떡하지'라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그렇지 않다."
자신의 행정 능력을 강조하는 취지에서 2019년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불법 영업을 정리한 과정을 언급한 것이다. 이후 이 후보는 계곡에서 장사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발언한다.
"닭죽 파는 거 좋은데, 더 좋은 방법을 알려주겠다. 싹 정리하자. 정리한 다음에 깨끗하게 정비를 해서 많은 사람들이 오게 한 다음에 닭죽을 팔지 말고 커피와 차를 팔아라. 닭을 5만원 주고 고아봐야 3만원밖에 안 남지 않느냐. 근데 커피 한 잔 팔면 8000원에서 1만원 받을 수 있는데 원가가 내가 알아보니까 120원이더라."
이 후보는 자신이 시민들의 계곡 이용권을 보장하면서도, 장사하는 분들의 생계를 보장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취지로 이같이 발언한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토론회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공격에 "맥락이라는 게 있다. 커피 원재료 값, 2019년 봄에는 120원 정도가 맞다"며 "(커피)원료 값이 이 정도 드니까 닭죽 만드는 것보단 더 나은 환경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그 말을 떼내 왜곡해서 말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맥락을 살피지 않으면 커피숍 자영업자들이 마치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파고들면서 "자영업자의 고단함을 원가로 환산해 모욕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상 하나의 발언을 부각해 네거티브전을 펼친 셈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뉴스1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민주당도 강경대응에 나섰다. 이 후보의 발언을 비판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인건비, 임대료, 재료비, 카드 수수료에 시달리며 하루 12시간씩 서서 일하는 사람들을 마치 폭리를 취하는 장사꾼처럼 몰아갔다"고 이 후보를 비판한 바 있다.
'국민의 고단한 현실을 전혀 모르는 정치인'으로 인식되는 건 선거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의 발언을 고리로 자영업자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장사를 해보지 않은 사람도 알 것이다. 매일 사 먹는 커피 한 잔의 원가가 120원은 훌쩍 넘을 거라는 사실을. 카페마다 다르겠지만 가장 저렴한 원두 기준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 원가는 300~400원 사이다. 그 외 컵과 같은 소모품, 인건비, 임대료 등을 따지면 판매가 대비 원가율은 30~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로 커피 한잔의 원가율이 1.2%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자영업자들은 이 지점에 분노한다.
한 자영업자는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카페 하면 떼돈 버는 줄 알겠다"며 "소비자들은 저 말을 그대로 믿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의 공격으로 이 후보의 발언이 일부 왜곡돼 전달된 측면도 있지만, 듣는 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선거판에선 공감보다 논란을 부르는 발언은 네거티브 공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메시지가 요구된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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