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젊어" 팔소매 접은 이준석의 '흰셔츠' 속에도 뼈가 담겼다[21대 대선 리포트 ①]

①신고 먹고 안고…후보들의 '메시지' 전략
그들의 행동 하나 하나 유권자 향한 메시지
'이재명 빨+파 운동화', 김문수는 '야구 유니폼'
전문가 "'이미지 정치'는 굉장히 '정교한 정치'"

"나는 젊어" 팔소매 접은 이준석의 '흰셔츠' 속에도 뼈가 담겼다[21대 대선 리포트 ①]
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왼쪽부터) /사진=뉴스1,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6·3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각 후보는 다양한 방식으로 유권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생활 현장을 찾아 시민과 직접 만나며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는가 하면, 배우자는 조용하지만 뚜렷한 존재감으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전 선거에서 활발했던 밈과 쇼츠 등 온라인 콘텐츠는 자취를 감췄고, 대신 거리 곳곳에 내걸린 전통적인 현수막과 슬로건이 메시지 전달의 주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본 기획을 통해 후보 전략부터 선거 커뮤니케이션의 변화까지, 이번 대선의 풍경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신고 먹고 안고…후보들의 '메시지' 전략
②말 한마디 신중하게…선거판에 선 배우자들
③밈·쇼츠 어디에…조용한 대선 알고리즘
④후보보다 먼저 보인다…현수막의 힘

후보들은 연설은 물론 옷차림과 제스처로도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넥타이를 벗고 소매를 걷어붙인 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시민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또 지역 상징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주먹을 높이 들어 올리며 리더십을 보인다. 후보들의 말없이 던지는 이러한 메시지가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나는 젊어" 팔소매 접은 이준석의 '흰셔츠' 속에도 뼈가 담겼다[21대 대선 리포트 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경기 화성시 동탄 센트럴파크 음악분수중앙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나선 가운데 이 후보 신발에 '지금은 이재명' 슬로건이 적힌 패치가 붙어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
'파란+빨간' 운동화 신은 이재명... 경청투어할 때는 카디건에 면바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 스포츠 의류 브랜드 리복 운동화를 신고 나타났다. 이 후보가 착용한 운동화는 진보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보수를 상징하는 빨간색이 혼합된 디자인으로 ‘지금은 이재명’이라는 구호 스티커가 부착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운동화는 유세 직후 품절됐으며, 일부 판매처에서는 리복 브랜드 공식 누리집의 할인가인 3만 5600원에 비해 약 10배인 33만원대에 판매되기도 했다.

또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 가진 '경청투어'에서 정장 차림이 아닌 카디건과 면바지, 점퍼 등 캐주얼한 복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운동화와 캐주얼한 복장은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데, 이 후보의 패션은 유권자들에게 편안함과 친근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 캠프 강유정 대변인은 "리복 운동화는 '통합의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라면서도 "신뢰감 있고 준비되어 있는 믿음직한 리더의 이미지와 분열이 아닌 통합으로 향해 가는 큰 정치를 할 수 있는 준비된 이미지를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후보의 옷차림과 제스처가 단순한 스타일을 넘어 전략적 메시지로 기능한다고 분석한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서울캠퍼스 부총장)은 "정책은 말로 설명해야 하지만 어떤 복장을 입고 어떤 무대 장치를 이용했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정책을 설명하는 사람이 어떤 이미지냐가 중요하다. 그게 '이미지 정치'이며 이는 굉장히 정교한 정치"라고 설명했다.

김효진 국제퍼스널컬러 협회장은 "옷차림은 곧 그 사람의 태도, 정신을 나타낸다"며 "패션을 정비하는 것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후보의 리복 운동화에 대해 "중립을 내포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경청투어' 당시 이 후보의 카디건과 면바지 차림에 대해서는 "말하는 사람을 고려한 복장"이라며 "상대에게 편하게 이야기하라는 배려의 모습이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나는 젊어" 팔소매 접은 이준석의 '흰셔츠' 속에도 뼈가 담겼다[21대 대선 리포트 ①]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2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빨간색 야구 유니폼 입은 김문수.."젊은 이미지 어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고 유세 현장에 나왔다. 김 후보는 빨간색과 흰색이 섞인 야구 유니폼을 입고 유권자들 앞에 서기도 했으며,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부터 착용한 각진 검은색 뿔테안경을 테가 거의 보이지 않는 동그란 안경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김 후보의 패션을 두고 고령의 나이로 인한 이미지 중화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김 후보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1990년생인 당내 최연소 김용태 의원을 임명했다. 여기에 MZ세대가 즐겨 신는 운동화와 야구 유니폼, 안경 교체 등을 통해 부드러운 인상을 심어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김효진 협회장은 김 후보가 유세 현장에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고 나온 것과 관련해 "뉴발란스 운동화는 로고 색상이 빨간색이기도 하지만 미국 브랜드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야구 유니폼에 대해서는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자부심과 팀워크를 상징하는데, 소속과 자부심을 녹여낸 듯하다"고 진단했다. 또 "둥근 라운드 테로 바꾼 안경은 매서운 눈매를 보안할 수 있고, 훨씬 부드러워 보이게 하며, 깨끗한 인상을 만들어 준다"며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준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단순한 외형 변화가 아닌 세대 간 소통과 공감을 상징하는 장치"라며 "정치의 현장성과 청년 세대와의 감정적 접점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련함은 유지하되, 유권자에게 보다 열린 소통자 이미지로 다가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덧붙였다.

"나는 젊어" 팔소매 접은 이준석의 '흰셔츠' 속에도 뼈가 담겼다[21대 대선 리포트 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왼쪽),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사진=뉴시스, 이준석 후보 캠프
흰셔츠 입고 소매 접은 이준석...'오바마 룩 오마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오바마 룩 오마주'를 선보이며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이후 유세 현장에서 줄곧 흰색 셔츠 차림에 정장 바지를 고수하고 있는 이 후보는 노타이에 팔소매를 걷어 올리고 손목에 3만원대 카시오 모델 디지털시계를 착용했다.

이에 대해 주이삭 이 후보 선거대책본부 공보부단장은 "이 후보가 미국에 머물 당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감명받아 그를 본받고 싶은 것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젊으면서도 역동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면서도 "미래 세대를 대변하는 정치,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이라고 전했다.

김 협회장은 이 후보에 대해 "자신의 세대에 맞게 현실적인 패션을 보이고 있다"며 "라이브한 정장에 디지털시계를 매치해 현대 IT룩을 대변하는 것으로 가장 감각적으로 이질감 없는 편안하면서 세련된 룩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선거 유세 장소, 그 속에 담긴 메시지
"나는 젊어" 팔소매 접은 이준석의 '흰셔츠' 속에도 뼈가 담겼다[21대 대선 리포트 ①]
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일 충북 옥천군 옥천공설시장에서 무를 구매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화상

"나는 젊어" 팔소매 접은 이준석의 '흰셔츠' 속에도 뼈가 담겼다[21대 대선 리포트 ①]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4일 오전 경남 진주시 진주중앙시장을 방문해 어묵을 먹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패션뿐만 아니라 장소가 주는 메시지도 있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이준석 후보 모두 전통시장을 방문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장소이지만 소탈함과 소통하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유세 활동 장소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순회 지역 선정 시 대도시에 비해 소외되고, 역대 대통령 후보들이 자주 방문하지 않은 곳들을 우선시했다. 이에 대해 강유정 대변인은 "소외된 지역, 후보자들이 방문하지 않았던 지역들은 방문에만 소외된 게 아닌 발전이나 정책적으로도 소외된 측면이 있다"면서 "이번에 직접 방문해 정책적인 부분과 경제적 재건 등에 있어서 관심을 일부러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문수 후보 캠프 측은 "'현장을 중시하는 서민형 유세'를 통해 '서민과 함께하는 정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정치'라는 메시지를 유세 장소 선정에 담고 있다"며 "이는 김 후보의 걸어온 길 즉 노동운동과 지역행정 경험과 일관된 행보"라고 밝혔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정치인들은 '중산층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말보단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며 "전통시장은 서민을 상징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사회적 인식을 활용한 캠페인 전략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젊어" 팔소매 접은 이준석의 '흰셔츠' 속에도 뼈가 담겼다[21대 대선 리포트 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0일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에서 진행한 '학식먹자 이준석' 행사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후보는 '학식 먹자 이준석' 플랫폼을 통해 대학교를 찾아가 대학생들과 함께 학식을 먹으며 소통하고 있다. 또 그는 대선 캠프 사무소를 여의도나 광화문이 아닌 강남역 부근에 열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 공보부단장은 "향후 대한민국 산업을 이끌어갈 미래의 인재인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진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갖고 있는 시각에서 국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등에 대해 소통하려는 것"이라며 "강남역 부근에 선거캠프를 연 것은 평범한 20~40대를 대변하고자 하는 의미와 미래 세대인 사람들을 더 고려해 정책을 짜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