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말 한마디 신중하게...선거판에 선 배우자
'법인카드 사용 리스크' 김혜경 조용한 내조
설난영, 김혜경 꼬집으며 거침없는 선거운동
전문가 "배우자, 정치적으로 보일 때 역효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20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광주자립지원 전담기관을 찾아 황인숙 관장 등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설난영 여사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 태고종 법륜사에서 총무원장 상진 스님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2025.05.20.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6·3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각 후보는 다양한 방식으로 유권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생활 현장을 찾아 시민과 직접 만나며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는가 하면, 배우자는 조용하지만 뚜렷한 존재감으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전 선거에서 활발했던 밈과 쇼츠 등 온라인 콘텐츠는 자취를 감췄고, 대신 거리 곳곳에 내걸린 전통적인 현수막과 슬로건이 메시지 전달의 주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본 기획을 통해 후보 전략부터 선거 커뮤니케이션의 변화까지, 이번 대선의 풍경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신고 먹고 안고…후보들의 '메시지' 전략
②말 한마디 신중하게…선거판에 선 배우자들
③밈·쇼츠 어디에…조용한 대선 알고리즘
④후보보다 먼저 보인다…현수막의 힘
리스크 최소화 위해 더 조용하게, 김혜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부인인 김혜경 여사가 16일 광주 북구 효령동 효령노인복지타운을 방문해 음식을 나누는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2025.5.16/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 여사는 이번 대선에서 ‘로우키(Low-key)’, 즉 조용하고 비공개적인 내조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김 여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잘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교회에서 성가대 풍금을 연주했다던 김 여사는 이 후보를 교회로 전도한 당사자다. 그는 이번 대선 선거운동에서 이 후보와 동행하지 않고 홀로 움직이며 주로 종교 행사 참여, 국민 소통 등 비정치적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 후보의 공개 일정에 동행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두 가지 리스크를 경계하는 행보라는 것이 주된 시각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 불거진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김 여사 본인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리스크를 감안하여 신중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대선의 경우, 내란으로 인한 비정상적 상황에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고 민심 청취 등에 앞장서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정치적 발언을 일체 하지 않되, 배우자로서 비정치적 분야의 행동을 비교적 활발하게 하고 있다”라며 “법인카드 문제의 경우 이미 사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안으로, 지나치게 은둔하는 건 역으로 떳떳하지 않은 느낌을 줄 수 있는 만큼 언행 등에 주의를 기울이며 조용히 활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지지율 끌어올리기 위해 더 강단 있게, 설난영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 배우자 설난영 여사(가운데)가 2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정정당당여성본부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5.21 [공동취재] kjhpress@yna.co.kr (끝) / 사진=연합뉴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는 김 후보의 ‘동지’이자 ‘정치적 동반자’에 가깝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설 여사는 김 후보가 본격적인 유세에 나선 이후, 자신도 공개적으로 활동에 나서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설 여사 역시 종교 행사와 복지 단체 등을 방문하며 김 후보를 지원해왔으나, 최근 들어 유튜브 출연과 언론 인터뷰 등에 적극적으로 응하며 공개 행보를 대폭 늘려가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설 여사는 거침없는 언변으로 민주당을 향해 대립각을 세우는 한편, 김 후보의 실언을 바로잡고, 부재 시에는 현장을 대신 방문하는 등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 22일에는 경기 광명과 부천 유세 현장에 김 후보와 처음으로 동행해 공식 동반 유세를 시작했다. 이날 경기 광명의 한 어린이집에서 진행한 간담회에는 설 여사뿐 아니라 딸인 동주씨와 사위도 함께 했는데, 가족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한편 김 여사와 달리 ‘사법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적극적인 공개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안고 있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러한 설 여사 띄우기가 과거 영부인 논란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부담도 존재한다. 최 연구원장은 “설 여사는 과거 노동운동을 했기 때문에 정치를 어느 정도 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적극적인 정치적인 발언과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 점에서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다”라며 “후보 배우자의 행보가 정치적으로 보이는 순간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겸손함·정제의 미덕' vs '진정성·생활형의 친근감'
이미지 전략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보인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는 "김 여사는 ‘겸손함 있는 정제된 배우자’, 설 여사는 ‘진정성 있는 생활형 조력자’로서 서로 다른 이미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며 두 사람의 차이를 설명했다.
김 여사의 경우, 정제된 수트와 단정한 헤어, 깔끔한 메이크업으로 공적이고 전략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런 이미지가 정치 파트너로서의 ‘공식성’을 강조하는 접근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김 여사는 겸손하고 정제된 손동작과 눈빛으로 ‘공감과 경청’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 따뜻한 중재자의 이미지를 보여준다"라며 "공식 발언은 적지만 일정(의 성격), 표정, 제스처를 통해 상징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설 여사는 인간미와 생활 밀착형 신뢰를 키워드로 볼 수 있다. 박 대표는 "편안한 색상의 재킷, 꽃무늬 스카프, 거의 화장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얼굴로 소탈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이미지를 보여준다"라며 "행동이나 몸짓에서도, 설 여사는 손을 양손으로 감싸는 제스처와 정서적인 눈맞춤을 통해 ‘삶의 경험에서 우러난 예우와 진정성’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커뮤니케이션 전략면에서도 짧지만 강력한 상징적 발언을 통해 자신만의 일관된 메시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 대표는 "김 여사는 정제된 스타일과 공감의 리더십으로, 설 여사는 절제된 태도와 상징적 실천으로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라며 "이처럼 스타일과 행동, 말의 방식 하나하나가 곧 ‘정치의 메시지’가 되는 시대에, 두 여사는 그 자체로 후보자의 확장된 이미지이자, 대중 신뢰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두 후보 배우자의 이미지 전략을 설명했다.
‘배우자 TV토론’ 제안으로 불붙은 존재감 싸움
대선 양강구도를 형성 중인 이 후보와 김 후보의 배우자에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건 지난 20일,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후보 배우자 TV 생중계 토론을 제안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위원장은 “영부인은 대통령 곁에서 국민과 가장 가까이 서 있는 공인”이라는 이유를 들어 "국민의힘은 설난영 여사와 김혜경 여사 두 후보 배우자의 TV 토론을 제안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은 이 제안을 일축했고, 민주당 의원들 역시 ‘황당하고 해괴한 제안’, ‘코미디 같은 제안’이라며 오히려 김건희 여사를 들어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배우자 TV 생중계 토론은 불발됐으며, 김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의 과거 행위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배우자 TV 생중계 토론의 성사 여부와 별개로, 제안 자체가 화제가 되며 두 후보의 배우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에 따르면, 21대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부터 22일까지 약 열흘간, 김 여사와 설 여사에 대한 기사량이 가장 많았던 날은 대선 후보 배우자 TV 생중계 토론 제안이 있었던 20일이다. 이날 두 사람이 언급된 기사량은 김 여사 207건, 설 여사 216건으로, 전과 비교했을 때 그야말로 폭증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자료 출처=빅카인즈 | 인포그래픽=Gemini 생성 /사진=파이낸셜뉴스 사진DB
김 여사의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이 있었던 선거운동 첫날(12일) 156건을 비롯해 일관되게 언급 기사량이 높았다. 그러나 언급 기사량이 폭증한 20일을 기준으로 이후부터 조금씩 변화가 감지됐다. 이전까지 기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던 설 여사가 22일 김 여사(44건)보다 많은 70건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배우자 TV 생중계 토론 제안으로 각 후보 배우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설 여사에 대한 상대적 관심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꾸준히 언론에 노출되어 온 김 여사와 비교했을 때 설 여사의 정보량이 적은 만큼, 그에 대한 더 많은 기사가 나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배우자 TV 생중계 토론 제안을 기점으로 설 여사가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언급량이 늘어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 여사가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설 여사가 김 후보 유세에 전면적으로 나서면서 언론에 더 많이 노출될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설 여사를 앞세울수록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통해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신속대응단은 23일 논평에서 설 여사가 김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예산 편성에 관여했음을 시사한 발언을 두고 “비선실세 역할을 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당부·조치·개선 등을 언급하며 대통령 놀이를 하던 김건희 여사가 떠오른다”라며 “제2의 김건희는 없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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