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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역대급 사전투표에 부실관리 잡음, 본투표에선 달라야

[fn사설] 역대급 사전투표에 부실관리 잡음, 본투표에선 달라야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 투표 둘째 날인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의 사전 투표에서 국민들의 뜨거운 열의가 확인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0일 집계한 사전투표 최종 투표율은 34.74%다. 사전투표가 시행된 역대 전국단위 선거 중 두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지역별로는 호남에선 50%가 넘었다. 29일 첫날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최종 투표율이 종전 기록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둘째날 오후부터 주춤했으나 지난 대선과 달리 투표일 이틀이 평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급 투표율이다.

사전 투표 열기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바램이 어느 때보다 간절해졌다는 걸 말해준다. 밝고 희망찬 대한민국을 이끌 새 대통령 선출에 대한 열망이 적극적인 투표권 행사로 이어진 것이다. 전국 투표소가 문을 연 오전 6시부터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 곳곳에서 북새통이었다고 한다. 새벽장사를 마치고 짬을 낸 자영업자도 있었고 밤샘 공부하던 대학생과 출근 길 회사원들이 눈을 비비며 투표소에서 줄을 섰다. 이런 유권자들의 의지와 간절함이 국가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라고 본다.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과정은 한 치의 의혹도 없어야 하고 공명정대해야 한다. 가뜩이나 부정선거 음모론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마당이다. 선관위는 최근 사전 선거때마다 부실 관리로 국민 불신을 자초해 매번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런만큼 이번엔 철통 관리로 일절 빌미를 줘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하지만 이런 주문에도 이번 역시 부실관리 행태가 근절되지 못한 것은 기가 찰 일이다.

투표 첫날 서울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투표소 외부로 반출된 사건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투표자가 대거 몰리자 내부 대기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받은 선거인들을 투표소 밖에 대기시켰고 이들 중 일부는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돌아와 별다른 절차없이 투표를 했다고 한다. 신분증 확인과 투표용지 배포가 기표보다 빨리 진행되면서 벌어진 일인데 이런 무능이 또 어디 있나. 소쿠리 투표도 모자라 이제 밥그릇 투표냐는 비판도 어쩔 수 없다.

둘째 날에는 경기 김포의 한 사전투표함에서 22대 총선 투표용지가 발견됐다. 김포시갑선거구 관인이 찍혀 있었고 기호 2번 후보에게 기표된 용지였다. 긴박한 국면에서 너무나 안일한 행정이다. 배우자 신분증으로 대리투표를 한 사전투표 사무원이 고발당한 일도 있었다. 지자체 공무원으로 투표용지 발급기 운영 업무를 담당했는데 이런 일을 벌였다고 한다.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선거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전이 치열하다.
티끌만 한 오류가 나와도 시비가 불붙을 수 있는 상황이다. 선관위는 사과만 말고 지금부터라도 더더욱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본투표에서 부실 관리가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당부한다. 그래야 사전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안심하고 당당하게 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