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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실용외교' 낙관과 경계 사이… 美·日 "협력" 中 "균형"[이재명 대통령 시대]

해외 반응
美 "한미동맹 철통… 中개입 우려"
日 "한일정상회담 하루빨리 추진"
中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 발전"
EU "굳건한 유대 더욱 심화 기대"

'李 실용외교' 낙관과 경계 사이… 美·日 "협력" 中 "균형"[이재명 대통령 시대]
【파이낸셜뉴스 도쿄·실리콘밸리·서울=김경민 홍창기 특파원 이석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이 일제히 축하 메시지를 발표하며 외교적 계산법을 드러냈다. 미국과 일본은 한미일 협력 강화를 강조했고,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며 균형외교 유지 메시지를 내놨다. 각국은 실용외교를 내세운 이 대통령의 행보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전략적 이익을 확보하려는 물밑 신경전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美中, 李 당선 축하서도 신경전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이 대통령의 대한민국 14번째 대통령으로서의 당선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제21대 대통령이지만, 루비오 장관은 미국식 인물 기준에 따라 14번째 대통령으로 표현했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과 한국은 우리의 상호방위조약, 공유가치, 깊은 경제 관계에 기반을 둔 동맹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을 공유하고 있다"며 "우리는 오늘의 전략적 환경의 요구에 부응하고 새로운 경제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을 현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우리는 역내 안보를 강화하고, 경제적 회복력을 향상하며, 우리가 공유하는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한미일 3자 협력을 계속해서 심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국무부의 공식 입장과 온도 차이가 나는 입장을 내놨다. 백악관은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다"면서도 백악관의 익명 당국자 명의의 답변에서는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입장 발표에서 백악관이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에 대해 비판적 언급을 포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전문을 보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축전에서 "중국과 한국은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동반자"라며 "수교 33년 이래 양국은 이데올로기와 사회제도의 차이를 뛰어넘어 손잡고 나아가면서 함께 성취했고, 양국 관계의 평온하고 건강한 발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런 양국의 관계 발전이 "양국 인민의 복지를 증진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평화·안정과 발전·번영에 긍정적 공헌을 했다"며 "나는 한중 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시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또 "현재 세계에는 100년 만의 변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국제·지역 형세의 불확실 요인이 늘고 있다"며 "세계와 지역의 중요 국가로서 중국은 한국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지키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굳게 하며 호혜 목표를 견지할 의향이 있다.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가 부단히 전진 발전하도록 함께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日 "빨리 만나자, 셔틀외교도 지속"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이 대통령 당선과 관련, "한국 민주주의 결과로 한국 국민의 선택에 경의를 표한다"며 "취임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5년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한일, 한미일 협력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싶다"며 "한일 정상회담은 가능한 한 조속히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조기 실현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민간을 포함한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해 나가야 한다"며 "정부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일본을 '적성국가'라고 표현해 대일 강경노선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이 '일본은 소중한 파트너이며 일본인을 매우 좋아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국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이시바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재개된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의 지속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일 관계의 중요성은 한국이 어떤 정권이든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셔틀외교 유지가 정권교체와 무관한 외교 기조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4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과 EU의 관계가 더 깊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우리는 함께 규칙에 기반한 세계질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그리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k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