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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지표 믿을 수 있나?...관세 올라도 물가는 반대

美 CPI 상승률, 올해 들어 꾸준히 하향세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실효 관세 1934년 이후 최고 수준
美 노동부 통계 기관에서 최근 물가 조사 범위 줄이고 방식 바꿔
인력 부족으로 어쩔 수 없다는 반응...美 CPI 신뢰성 '흔들'
트럼프 정부가 의도적으로 속이려는 정황은 없어

美 경제 지표 믿을 수 있나?...관세 올라도 물가는 반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식료품점에서 고객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CPI 조사의 정확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에도 물가 상승이 느려지는 상황이 이상하다며, 조사 당국의 인력난이 부실 통계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美 물가상승률, 관세 인상에도 오히려 하락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이 인력 부족으로 CPI 집계 과정에서 사람이 모자라 조사 범위 및 방식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BLS에 따르면 미국의 CPI 상승률은 지난 1월 3%에서 2월에 2.8%로 내렸으며 3월과 4월에 각각 2.4%, 2.3%를 기록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2~4월 사이 품목별 관세 및 상호관세로 수입 가격을 대폭 올린 상황과 대조적이다. 미국 예일대학교 산하 연구기관인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2024년 말 기준으로 2.5%였으나 지난 4월 15일에는 최소 18%까지 뛰어 1934년 이후 가장 높았다.

WSJ에 따르면 BLS는 이달 외부 경제학자들에게 신규 고용 중단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조사 범위를 줄였다고 인정했다. BLS는 4일 발표에서 지난 4월 조사 당시 네브래스카주 링컨, 유타주 프로보에서 소비자물가 자료 수집을 중단했고 6월부터는 뉴욕주 버펄로에서도 데이터 수집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5월에는 가구와 주방 용품 등을 포함한 제품의 도매 가격을 보여주는 수백 개의 자료 발표가 중단됐다. BLS는 4일 “현재 자원으로는 자료 수집 활동을 유지할 수 없을 때 조사 활동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외부 전문가들은 지난 4월 CPI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BLS가 비교적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인력이 적게 필요한 통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LS는 매달 수백 명의 조사원을 동원해 미국 전역에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소비자물가 지표를 산출한다. 조사원들은 대부분 실물 매장을 직접 방문해 조사대상 품목의 가격표를 살펴보거나 특정 서비스에 대한 견적 가격을 확인한다.

美 경제 지표 믿을 수 있나?...관세 올라도 물가는 반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추이> -그래프 시작점: 2024년 4월 3.4% -그래프 종료점: 2025년 4월 2.3% *자료: 미국 노동통계국/트레이딩 이코노믹스

인력 부족으로 추정치 증가...신뢰도 '흔들'
BLS는 조사원이 조사대상 품목의 가격을 추적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유사한 대체재를 토대로 가격을 추정한다. 이러한 조사 방식은 4월 CPI 집계부터 크게 늘어났다. 스위스 UBS 은행의 앨런 데트마이스터 이코노미스트는 4월 CPI 집계에서 가격 추정의 약 29%가 이러한 대체재 추정 방식으로 채워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5년간 통계 가운데 월간 최고치와 비교해도 2배 이상 큰 비중이다. BLS는 일부 경제 전문가들이 4월 CPI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청하자 e메일 답변에서 "특정 도시들의 인력 부족을 고려해 자료 수집 대상 판매점과 가격 견적 자료 수를 일시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변동은 채용 동결이 해제되고 추가 직원을 고용해 훈련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알렸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1월 출범과 함께 연방정부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정부효율부(DOGE)를 앞세워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BLS의 인력난과 트럼프 정부의 감원이 직접 연관 있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UBS의 데트마이스터는 "표본 수를 줄이면 표본 오차는 증가한다"며 "이것이 큰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황을 나쁜 방향으로 만든다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비판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인플레이션인사이츠의 오마이르 샤리프 최고경영자(CEO)는 "연방정부 고용 동결과 연방기관 전반의 예산 삭감 추진이 경제 자료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BLS는 지난 3일 발표에서 4월 실업률 조사에 적용된 표본 비중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결과에 큰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WSJ는 트럼프 정부가 고의적으로 통계를 조작하려는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美 경제 지표 믿을 수 있나?...관세 올라도 물가는 반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지난 3월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고 있다.AF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