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부, 지난달 15일 美에 핵심광물 관세 조사 관련 의견서 제출
단기간 美 공급망 국산화 어려워, 韓 수입품에 "특별 고려" 요청
韓 배터리 업계에서도 美에 현지 투자 감안해 달라고 촉구
지난 2023년 2월 8일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서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재닛 옐런이 한미 합작 배터리 기업인 얼티엄셀즈의 공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 정부가 수입 핵심광물 추가 관세를 검토 중인 미국 정부에 한국 제품을 우호적으로 대우해 달라는 의견서를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국 정부와 배터리 업계는 핵심광물 통제가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관보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5일 미국 정부에 이러한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 정부는 의견서에서 "한국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의 꿋꿋한 옹호자이며 미국과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믿을 만한 안보 동맹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상무부에 객관적인 조사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한국의 핵심광물 및 파생제품 수출은 미국에 있는 여러 산업에 유익하고, 미국 내 투자를 촉진하는 만큼 한국은 조사에서 우호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해 수입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자동차 부품에 25~50% 관세를 부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15일 행정명령으로 또 다른 수입품 관세 조사를 지시했다. 그는 미국 상무부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 희토류를 포함한 ‘가공된 핵심광물 및 파생상품’이 미국 안보를 해치는지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법률은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해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에 대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조치 발동 전에 반드시 상무부의 조사를 거쳐야 한다.
현재 한국은 중국이 수출 통제로 미국행 핵심광물 공급을 조절하는 가운데, 미국의 주요 핵심광물 수입처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비스무트 수입의 41.1%, 인듐 수입의 15.9%는 한국산이다. 텅스텐의 경우 올해부터 장기 계약을 통해 한국내 생산 물량의 45%를 미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미국 상무부에 한국산 가공 핵심광물 및 파생제품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이 전기차, 배터리, 모터, 반도체 웨이퍼 등 다양한 산업군에 쓰이는 핵심광물을 전부 자국 내에서 단기적으로 조달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공급망 강화에 투자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와 한국산 핵심광물 파생제품에 대한 "특별한 고려"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배터리산업협회도 미국 상무부에 비슷한 의견을 전달했다. 협회는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에 총 587억달러(약 80조원)를 투자해 미국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의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입 제한 조치를 모든 국가가 아닌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일삼는 국가와 기업으로 한정할 것을 요청했다. 동시에 배터리와 핵심광물에 대한 관세가 불가피할 경우 한국에 최소 5년의 관세 예외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외에도 SK온,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개별적으로 제출한 의견서에서 각사의 미국 사업, 투자 현황을 소개하고서 상무부의 조치로 이런 사업에 차질을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