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환율 연계 통상 압박 수위 높여
주한미군 감축 카드로 방위비 인상 요구
현재 한국과 미국 간 최대 현안은 관세협상이다.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관세율은 내수, 성장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진행과정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한미 당국 간 기술협의도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6일 첫 전화통화의 핵심 의제도 관세협상이었다.
9일 정부 등에 따르면 관세에 비해 주목도는 낮지만 새 정부가 집중해야 할 대미 협상 안건은 환율이다. 관세협상은 양국 통상당국 간에 이뤄지는 반면 환율은 양국 재무당국인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가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다.
환율은 관세, 비관세 장벽 등 여러 통상 변수 중 하나다. 하지만 국가별 상호관세,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부과 등 강력한 관세정책을 펴고 있는 트럼프 정부는 환율과 관세를 연계해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미국의 전략은 미 재무부가 최근 내놓은 '주요 교역상대국의 거시경제·환율정책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2024년 1월에서 12월까지 기간을 분석했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독일, 싱가포르 등 9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환율조작국 지정을 위한 3개 요건 중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2개 요건에 해당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환율보고서 때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시장은 다음 환율보고서부터 거시건전성 조치, 자본유출입 조치, 연기금이나 국부펀드 등을 활용한 경쟁적 평가절하 여부 등을 추가로 살펴보겠다는 새로운 미 재무부 지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원화 약세(달러 강세)를 위한 인위적 시장개입은 없다는 부분과 올해 들어 대미 무역수지 흑자폭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협상에 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 재무부와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 환율정책에 대한 상호 이해와 신뢰를 확대하고 환율분야 협의도 면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제금융센터는 환율보고서 관련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 추진 여건과 이번 보고서 내용 등을 종합할 때, 앞으로 나올 환율보고서는 대외 압박 강도 등에서 큰 변화를 예상한다"며 "오는 10~12월 발표될 하반기 환율보고서는 환율정책을 활용한 보다 구체적인 무역압박 수단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 언론을 통해 나온 '주한미군 4500명 감축 및 다른 지역 재배치 검토' 보도에서 보듯, 방위비 문제도 한미 간 협상의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 감축 보도에 대해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에서의 위협 대응에 한국의 더 많은 역할과 더 큰 부담을 시사해 왔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이 2026년부터 적용할 방위비 분담금을 지난해 10월 합의했지만, 당시는 전임 바이든 정부 때여서 트럼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통상 분야뿐 아니라 방위비 문제까지 한미 협상의제에 포함하는 '원스톱 쇼핑'을 거론 한 적이 있다"며 "새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관세협상 등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이어서 필요하면 선제적인 (정부)안을 제안하는 등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