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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시위’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트럼프 제소하겠다” 경고…자율주행 차량 방화

[파이낸셜뉴스]
‘LA시위’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트럼프 제소하겠다” 경고…자율주행 차량 방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중심가에서 8일(현지시간) 자율주행 차량으로 보이는 차가 불타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 가운데 한 명이 멕시코 국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9일(현지시간) 주방위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주방위군 투입을 지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자 추방에 반발해 시위가 벌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밤 뉴섬 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방위군을 시위 현장에 투입해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멕시코 대통령은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도발을 삼갈 것을 호소했다.

이번 시위에서는 또 자율주행 차량들이 불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섬-트럼프 격돌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뉴섬 주지사는 9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주방위군 통제권은 국가 반란과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지사에게 있지만 트럼프가 이번에 주지사인 자신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방위군 투입을 명령한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뉴섬은 트럼프가 주방위군을 불법적으로 투입했고, 이 때문에 LA 갈등에 불이 붙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혼돈과 폭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했다면서 “이제 상황이 외려 불안정해졌다”고 말했다.

뉴섬은 이어 “우리는 트럼프가 부추겨 엉망진창이 된 것들을 치우기 위해 더 많은 법 집행 인력들을 배치해야만 하게 생겼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캐런 배스 LA 시장도 이날 오전 CNN과 인터뷰에서 “LA 상황은 안정됐다”면서 “도심에서도 일부 거리에서만 시위가 있을 뿐 시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배스 시장은 주방위군 투입은 불필요했으며 공포와 혼돈을 불렀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했다.

정치 승부수 건 트럼프

트럼프는 민주당의 아성인 캘리포니아주와 유력 대권 후보인 뉴섬 주지사를 모두 무릎 꿇리고, 자신의 핵심 정책인 이민 규제, 불법 이민자 추방을 부각하기 위해 이번 주방위군 투입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LA 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해 미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또 이런 비슷한 시위가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것은 막자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시위를 ‘침략,’ ‘점령’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시위 참가자들에게는 ‘폭력적인 반역 폭도’라는 꼬리표까지 붙였다.

그는 관리들에게 “이민자의 침략에서 LA를 해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들을 취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다.

트럼프와 협상하겠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자국 출신 이민자들에 대해 미국 경찰이 불필요하게 도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시위대도 순찰차 방화 같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법 집행 관리들을 도발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시위대가 흔드는 깃발 가운데 멕시코 국기가 있고, 또 캘리포니아 지역이 원래 멕시코 땅이었지만 미국이 강탈했다는 것을 지적하며 “이 땅은 빼앗긴 땅”이라는 깃발이 시위 현장에서 휘날리는 가운데 이런 호소가 나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민자와 관련한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인간 존엄성과 법치주의를 존중하는 틀 안에서 진행돼야 한다”면서 “이민을 범죄화하고 단속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반대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셰인바움은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초청을 수락했다면서 이 자리에서 트럼프와 이민에 관해 양자 회담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타는 자율주행 차량

이번 LA 시위에서는 웨이모를 비롯한 자율주행 차량들에 시위대가 불을 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자율주행 차량이 시위대의 표적이 된 것은 택시 운전사들의 일자리를 위협해서가 아니라 이 차들에 달린 카메라들 때문이다.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웨이모 자율주행 차량들이 불에 타거나 파손되고 있다.

웨이모는 주말 사이 자사 자율주행 차량 5대가 파괴됐다면서 “현재 법 집행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웨이모는 시위대가 웨이모 차량들을 일부러 목표로 삼았을 것으로는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웨이모를 비롯한 자율주행 차량들에 달린 카메라들이 시위대의 표적이 됐을 개연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 차량들은 끊임없이 길거리를 녹화하고, 이 녹화된 영상을 경찰이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