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집회현장
이민자 단속·LA 軍 파견 비난 증폭
워싱턴 등 2000여개 도시로 확산
"노 킹!" 시위대 왕관 던지며 환호
진보 성향 주최 측 비폭력 강조에
사건·사고 없이 한시간 만에 종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 육군의 250번째 창설 기념 퍼레이드에서 열병식을 하고 있는 군인들을 향해 귀빈석에서 일어나 경례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션비치에서 열린 '노 킹스(No Kings)' 시위 중 참가자들이 'No King!'이라는 인간 배너를 형성하고 있다. 미 전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은 주말인 14일(현지시간) 둘로 쪼개졌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2000개 이상의 주요 도시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비판하는 '노 킹스' 시위가 열렸다. 500만명 이상이 참여한 이날 시위는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최대 규모 시위였다. 반면 같은 날 수도 워싱턴DC에서는 미군 250주년 기념 퍼레이드(열병식)가 열려 애국주의를 강조하면서 보수층 및 트럼프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 79세 생일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열린 이날 열병식에서는 미국과 미군의 위상을 과시하며 현직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파이낸셜뉴스 샌프란시스코=홍창기 특파원】 "미국에 왕은 없다" "미국에 왕이 있다면 그는 쓰러질 것이다."
14일(현지시간) 오후 2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청 광장에서 열린 '노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 일부 시위대가 "미국에 왕은 없다"고 외치며 종이로 만든 왕관을 바닥에 던지는 퍼포먼스를 펼치자 시위대가 환호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샌프란시스코 미션 돌로레스 공원에서 시작된 노킹스 시위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노킹스 시위가 예정됐던 샌프란시스코 시청 주변은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경찰들이 배치되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시위는 별다른 폭력사태 없이 마무리됐다.
■美 샌프란시스코 등 동시다발 시위, 500만명 참여
인디비저블(Indivisible)과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진보성향 단체로 구성된 시위 주최 측이 비폭력을 강조해서다. 주최 측은 "시위를 시작할 때 평화롭고 비폭력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시위자들을 주최 측 요청으로 평화유지경비대로 활동했다. 샌프란시스코 시청 광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시위대와 노킹스 시위대 간 약간의 물리적 충돌도 있었지만 더 이상 확산되지는 않았다.
수만명의 샌프란시스코 시민이 이날 노킹스 시위에 참여한 가운데 시위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단속과 트럼프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LA)에 군을 파견한 것을 맹비난했다. 자신을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시민이라고 소개한 제임스씨는 "오늘 우리의 모습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며 "군대가 집회 현장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에 참가한 제이 베일리씨도 "트럼프 대통령이 유도하고 있는 증오는 미국을, 우리를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고 힘줘 말했다. 멕시코 국기와 과테말라 국기를 손에 쥔 일부 히스패닉 시위자들은 자신들끼리 모여 스페인어로 트럼프를 비난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빅토리아씨는 "우리 같은 이민자들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시위는 이날 오후 3시께 시위자들이 자연스럽게 해산하면서 마무리됐다. 시위자들은 1100마켓 스트리트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LA에서 시위대의 타깃이 됐던 구글의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의 무인(로보)택시 운행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전역에서 중단됐다. 또 시위대가 폭력적으로 변할 것을 우려한 타깃 등 일부 매장에도 무장한 경비원이 배치되기도 했다.
■트럼프 79번째 생일에 열린 시위, LA에서는 최루탄 발사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이날 미국 20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열린 '노 킹스'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군 250주년 기념 퍼레이드와 동시에 진행됐다. 미국 동부의 워싱턴DC와 뉴욕, 필라델피아 등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시위다. 노 킹스 시위 주최 측은 이날 미국 전역에서 500만명 이상의 참여했다고 밝혔는데 경찰과의 충돌은 드물었다. 대부분의 지역 시위는 샌프란시스코와 마찬가지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텍사스주 휴스턴의 경우 시위 경로를 확보하던 경찰관들에게 꽃을 나눠주는 시위대도 있었을 정도였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레이놀즈에서 열린 시위는 시위대가 음악을 틀면서 춤파티 같은 분위기도 연출됐다. 하지만 LA의 경우는 달랐다. 이날 LA 시위대는 LA의 연방정부 건물을 지키는 주방위군, 해병대와 대치했다.
LA 경찰은 시위대에 해산 명령을 내렸다. 경찰관들은 시위대에 최루가스를 발사했다. LA 시위가 다시 폭력적인 시위가 될 수도 있는 양상이 됐다.
theveryfirst@fnnews.com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