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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철강 관세' 유탄맞나... '관세 협상 카드' 영향력 우려


K-조선 '철강 관세' 유탄맞나... '관세 협상 카드' 영향력 우려
미국 필라델피아주 소재 필리 조선소 전경. 한화그룹 제공

[파이낸셜뉴스] 미국 철강업체가 외국산 후판을 사용한 선박을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에 포함해달라고 요청해 파장이 일고 있다. 'K-조선'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50% 고율 관세 영향권에 포함되면, 자동차 등에 사용하려던 '관세 협상 카드' 영향력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아직 미국 수출이 없지만, 향후 미국발 신조 물량을 수주할 때 철강 관세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가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에 조선업 포함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 철강업체 중 한 곳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을 사용한 선박을 파생 제품에 포함해달라는 건의를 신청했다"며 "다만 아직 결론은 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국내 조선사들의 미국 수출 물량이 없어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조선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 상무부가 파생 제품에 선박을 포함하면 '관세 협상 카드'로써의 중요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안보와 관련돼 K-조선 카드가 산업 전반의 관세 허들을 낮출 수 있는 카드로 주목받아 왔다"라며 "당장 철강 관세가 조선업에 적용되면, 미국과의 협상 범위가 조선업으로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했다. 이어 미국에 군함을 건조·납품하고 있는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 지분을 늘리며 미 군함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도 미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양사는 MRO 사업 수주를 눈 앞의 목표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 신조 물량 수주를 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산 철강 관세 50%가 부과되면 함정 건조에도 계산이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함정 건조에 중국산 후판이 20~25%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발주 물량에 중국산 후판을 아예 쓰지 않거나, US스틸 후판을 사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애초에 발주처에서 계약 당시 설비와 후판 등 리스트를 정하기 때문에,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조선업을 철강 관세 협상카드로 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국적을 취득하는 선박을 미국에서 건조하면 우리나라보다 3배 비싸다고 알려진 만큼, 관세를 적용받더라도 국내에서 만드는 게 더 저렴할 수 있다"라며 "향후 한미 조선 협력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면서 철강 관세 완화를 위한 협상카드로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