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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스피 5000' 실현하려면

[기자수첩] '코스피 5000' 실현하려면
배한글 증권부 기자
새 정부가 '코스피 5000'을 공식 구호로 내건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6월 11일 한국거래소 현장 방문을 통해 "자본시장 저평가 구조를 바꾸겠다"며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를 발족했고, 상법 개정과 주주환원 강화 등 증시 선진화를 위한 구조개편 논의를 연말이 아닌 이달 내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시장은 신호에 반응하는 중이다. 6월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약 4조원 넘게 순매수를 기록했고, 고객예탁금은 3년 만에 60조원을 넘어 63조8000억원까지 증가했다. 6월 한 달간 코스피는 급등해 30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체감은 아직 미미하다.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코스피에서 순매도 중이고, 기관도 매수로 돌아섰다는 조짐은 뚜렷하지 않다.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반면, 제도 변화의 실효성에 대한 신뢰는 아직 쌓이지 않은 탓이다.

제도개선 과제도 여전히 산더미다. 공매도는 3월 31일부터 전면 재개됐지만 대차정보 투명성, 과열종목 지정체계, 공매도중앙점검시스템(NSDS) 등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논의 단계이지만, 여전히 전체 과세구조에서 고배당 기업은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도 유사한 시장 활성화 노력은 있었다. 2005년 초에도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와 함께 코스피 2000 시대를 외쳤고, 2010년대에는 IPO 규제 완화, 공모시장 활성화, 기업지배구조 개선 시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대부분 제도적 체계화가 이뤄지지 못해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다.

이번 정부의 시도는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수치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전례와 구분된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수치에 매몰될수록 제도개혁의 '속도'보다 '지속성'이 핵심이 된다는 점도 함께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경험'을 보고 움직인다. 이들의 투자심리가 되살아나야 수급구조가 바뀌고, 자본시장의 체질도 실제로 바뀔 수 있다.

정책 구호는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지만, 신뢰와 실체가 따라주지 않는 한 투자 흐름은 지속되기 어렵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정책 의지라는 신호'에 대한 반응일 뿐이며, 투자자의 장기적 유입과 잔류는 제도개선 이후에 가능하다. 숫자는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다. '코스피 5000'이라는 구호가 시장의 응답을 받기 위해선 제도적 실체와 시스템 강화, 그리고 신뢰 회복이 먼저다.

koreanba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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