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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실적 평가·연공서열 보상… AI 인재 유능할수록 한국 떠난다

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 보고서
순유출, OECD 38개국 중 35위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해선 당장 AI 인재 유출부터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빅테크 등과의 연봉 차이, 국내 부족한 AI 연구기반 등으로 토종 인재는 떠나고, 해외 인재는 들어오지 않는 '인재 순유출국'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17일 '한국의 고급인력 해외유출 현상의 경제적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에서는 인구 1만명당 0.36명의 AI 인재 순유출이 발생했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전문인력의 해외 취업은 지난 2019년 12만5000명에서 이용가능한 최신 통계인 2021년 12만9000명으로 4000명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AI 열풍이 불기시작한 2023~2024년엔 이보다 훨씬 많은 인원들이 미국 빅테크 및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등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해외 전문인력의 국내유입(2021년 4만5000명)은 이에 훨씬 못 미쳐 일명, 두뇌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술 데이터베이스 중 하나인 'Scopus'를 기준으로 과학학술 연구자의 국경 간 이동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이를 통해서도 한국은 '인재 순유출국'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과학자의 해외 이직률이 2.85%(2021년)인데, 외국 과학자의 국내 유입률(2.64%)보다 0.21%p 낮다. 이 역시도 조사대상 43개국 중 33위로 하위권이다. 경쟁국인 독일·중국은 순유입국이며, 일본은 한국보다도 유출도가 낮다.

상의는 인재가 한국을 떠나는 이유로 △단기실적 중심의 평가체계 △연공서열식 보상시스템 △부족한 연구 인프라 △국제협력 기회의 부족 등을 지목했다. "상위 성과자일수록 해외 이주 비중이 높아 '유능할수록 떠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갓 박사를 취득한 AI인재의 경우 미국 빅테크 업체에선 많게는 40만~50만달러(약 5억5000만~7억원)의 연봉을 지급한다. 1억원 남짓인 국내 대기업들과 격차가 크다. 카이스트 AI대학원 신진우 석좌교수가 최근 국내 AI 관련 석·박사, 기업인, 교수, 정부 출연기관 등 2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AI기업들이 해외에 비해 부족한 부분(복수응답)으로는 연봉 88%, 데이터·컴퓨팅 자원 60%, 성장가능성 58%, 동료의 수준 34%, 삶의질 14%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SGI 김천구 연구위원은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인재 유출이 심화되면 장기적으로 국가 연구개발(R&D) 경쟁력과 기술주권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문인력 유출은 국가재정을 악화시키고, 그동안 투입한 교육비용마저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상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대졸자의 평생 공교육비는 약 2억1483만원에 이르며, 이들이 해외에서 경제활동을 할 경우 발생하는 세수손실은 1인당 약 3억4067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