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벙커버스터 지원검토
이란 지하 핵시설 직접 타격 가능
항공모함·공중급유기 중동으로
이란 공격에 美여론은 비호의적
지난 5월 29일(현지시간) 이란 아자르바이잔에샤르키주 타브리즈에서 촬영된 이란군 미사일시설(위 사진)이 이달 17일 촬영 시점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되어 있다. 이날 미국 매체들은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는 이란의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이 1년 전 약 2000발이었으나 지금은 최대 1300발 정도 남았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의 요격미사일 재고 역시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미국이 결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에 직접 개입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유세기간에 피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약했던 해외전쟁에 발을 들여놓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이 이스라엘을 도와 이란 핵시설 공습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더욱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을 소집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이같이 해외전쟁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일정을 단축하고 워싱턴으로 돌아와 개최한 이날 회의는 약 1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전략폭격기 B-2를 투입, 이란의 산악지대에 위치한 포르도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등의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이스라엘이 그동안 요청해 온 B-2 폭격기와 벙커버스터 GBU-57 지원 등에 대해서도 더 전향적 입장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NSC 회의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했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내용을 얘기했고 어떤 해법을 교환했는지 상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폭스뉴스는 "미국의 개입 가능성과 미국의 공습 가능성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지금껏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 사태에서 미국의 역할을 이스라엘 방어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우리'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미국이 대이란 공격에 참여할 수 있다는 아주 분명한 신호를 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는 이제 이란 상공의 절대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군사적 옵션은 3가지
트럼프 대통령이 고려하고 있는 미국의 이란 공격방안은 3가지로 요약된다.
NYT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스라엘에 공중급유와 정보를 지원해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첫번째 옵션과 더불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는 두번째 옵션을 가지고 있다. 두번째 옵션인 미군의 B-2 폭격기가 투하하는 미국산 초대형 벙커버스터인 GBU-57은 이란의 산악 지역 포르도에 깊이 묻힌 핵 농축시설을 파괴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미군의 B-1·B-2 폭격기, 항공모함, 잠수함에서 발사한 순항미사일을 활용해 미군이 군사작전을 주도하고 이스라엘이 지원 역할을 맡는 옵션도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에 있다. 이미 항공모함 니미츠호는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왜 군사개입으로 돌아섰나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 타결을 희망해 왔다. 하지만 그는 이란과 핵협상, 특히 이란이 지난 4일 미국의 협상안을 거부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 이란과의 협상에서 더 강력한 협상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그가 이란을 직접 타격하기로 결심한 또 다른 이유는 네타냐후 총리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방지하려는 공통의 목표가 있지만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는 이란 문제를 둘러싸고 입장차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5월 말 이스라엘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과 무관하게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가 결정적이었다.
다만 여론은 트럼프 정부가 이란을 공격하는 것에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 2020년 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단지 14%의 미국인만이 이란을 '군사행동이 필요한 수준의 위협'이라고 간주했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에 가장 군사적으로 위협이 되는 국가는 이란(42%)보다 중국(64%)이나 러시아(59%)였다.
theveryfirst@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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