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전쟁 경비에도 이스라엘 시장 회복력 아직 든든하다
이라크 시아파 성직자들이 지난 1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들고 이스라엘의 이란 전역 여러 도시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한 달 소요 경비 120억달러(약 16조4000억원). 하루에만 2억달러(약 2천700억원) 이상이 나가고 있다"
이란과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의 전쟁 경비가 하루에만 수천억원에 달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가장 비중이 큰 비용은 이란에서 날아오는 미사일 요격에 드는 비용. 양측 간 충돌이 길어질수록 이스라엘이 비용 부담을 견디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의 아론경제정책연구소를 인용해 이란과 충돌이 한 달간 지속되면 약 120억달러(약 16조4000억원)의 전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란의 미사일 요격에 드는 비용은 하루에만 수천만달러에서 2억달러(약 2700억원)가 필요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며칠간 이스라엘을 향해 40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은 장·단거리 미사일과 드론 격추를 위해서는 '다비즈 슬링'(David's Sling·다윗의 돌팔매)을, 대기권 밖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해서는 '애로우-3'와 같은 미사일 방어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예호슈아 칼리스키 선임연구원은 이 가운데 다비즈 슬링의 경우 한번 가동할 때마다 약 70만달러(약 9억6000만원), 애로우-3의 경우 400만달러(약 55억원)가량이 든다고 분석했다. 애로우-3의 구형 버전인 애로우-2를 가동하는 데는 한 번에 300만달러(약 41억원)가 든다.
다른 군사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칼리스키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F-35 전투기를 띄우는 데는 시간당 1만달러(약 1400만원)가 들고, 전투기 연료나 탄약 비용도 필요하다.
지금 당장 전쟁이 끝나더라도 무너진 건물을 다시 세우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재건 비용만 최소 4억달러(약 55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츠비 에크슈타인 아론경제정책연구소 소장은 "가자지구나 헤즈볼라와의 전쟁보다 하루당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비용은 이스라엘에도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양측 간 충돌이 잦아들 기미는 전혀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 대상으로 지목하고 포르도 핵시설에 대한 공격도 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전까지는 공격을 중단하지 않겠다며 미국의 지원을 설득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2주라는 시한을 제시했다. 더 치열한 전투와 결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카니트 플러그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는 "전쟁 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기간"이라며 장기간 지속되는 충돌은 견디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주일 정도는 감당할 수 있더라도 2주나 한 달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도 말했다.
다만 군비 지출은 증가했어도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는 진단하지 않았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6일 이란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는 했지만, 이스라엘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추지는 않았다.
이스라엘 증시도 18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보였다.
WSJ은 이런 현상은 시장이 전쟁이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끝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경제가 지난 20개월간 지속된 가자전쟁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번에도 회복력을 보일 것으로 시장이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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