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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버거워요" 새정부에 바라는 첫번째는 '좋은 일자리' [fn 창간 25주년 스물다섯, 대한민국에 질문하다]

25세 청년 100명 설문
60%가 일자리 창출 첫손에 꼽아
"1년내 취직 가능할 것" 49%
정치성향엔 35%가 '중도' 답변
이념·진영보단 '더 나은 삶' 초점

"먹고살기 버거워요" 새정부에 바라는 첫번째는 '좋은 일자리' [fn 창간 25주년 스물다섯, 대한민국에 질문하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세요."

25세 청년 100명 중 61명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 짧은 말 안에는 월세 걱정, 이직 고민, 고용 불안 등으로 삶의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청년들의 오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들은 매일같이 '자리를 찾는 일'에 지쳐간다. 한창 느긋해야 할 청춘의 시간. 그러나 청년들의 일상은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25세 과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22일 파이낸셜뉴스가 학생·취업준비생·직장인·무직자 등 100명의 25세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25살이 대한민국에게 던지는 질문'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1%가 '새 정부에 바라는 것(중복답변)'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조사는 지난 5월 22일부터 6월 9일까지 진행됐다.

내수 일자리 침체로 인한 양질의 일자리 감소가 응답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응답자의 절반가량(48.9%)은 '1년 이내 취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33.7%는 '1~2년 이내', 12%는 '2~3년 이내'라고 답했다. '3년 이후'라고 응답한 비율도 5.4%였다.

■"이직은 필수, AI는 내 일자리 위협"

응답자의 59.8%는 '취업 후 이직은 선택'이라고 답했지만, '이직이 필수'라고 응답한 비율도 40.2%에 달했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조건이 이직을 청년들의 '생존전략'으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청년들의 시선도 복잡하다. 응답자의 79.3%는 AI에 대해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명적 변화'라고 답했지만, 10.9%는 '일자리를 위협하는 기술'이라고 바라봤다. 9.8%만이 '내 삶에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일할 곳도, 살 곳도 없다"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 외에도 새 정부에 바라는 점으로 주거안정 지원(52%)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높은 주거비 부담이 청년들의 취업과 생계, 심지어 결혼·출산 계획까지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남녀갈등 해소(43%), 국민연금 개혁(41%), 지역균형 발전(37%) 등이 청년들이 꼽은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나타났다. 사회안전망 강화(28%), 공정사회 실현(18%), 사법제도 개혁(16%), 최저임금 현실화(13%), 개헌(12%) 등이 뒤를 이었다. 경제 활성화와 올바른 부동산 정책, 대북관·안보관 쇄신 및 국방력 강화·출산 장려 방안 도입에 대한 응답 비율은 각각 1%였다.

■정치성향보다는 '더 나은 삶' 중요

이 같은 정책 수요는 25세 청년 세대가 지닌 정치적 인식이 이념적 진영보다는 실질적 삶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설문에 참여한 청년 중 가장 많은 비중인 35%는 자신을 '중도 성향'으로 규정했으며 '모르겠다'는 응답도 22%나 됐다.
'진보'와 '보수' 성향을 택한 청년은 각각 27%와 16%에 불과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20대의 경우 선진국에서 태어났지만 선진적인 삶을 체감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괴리감의 영향으로 특정 정당이나 이념에 충성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해줄 수 있는 정책과 비전에 목말라 있다"고 진단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도 "현 청년 세대가 취업기회, 주거비용 측면에서 전 세대보다 상황이 악화된 것은 분명하다"며 "새 정부는 좋은 일자리 창출을 넘어 청년들이 불가피하게 실패했을 경우 책임을 져 줄 수 있는 튼튼한 안전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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