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규 정보미디어부
기자의 초등학생 시절 인생 첫 컴퓨터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를 위해서였다. 아버지는 "친구들이 모두 다 메이플스토리 이야기만 한다"는 아들의 말에 '추억'을 선물해주셨다. 하지만 다른 어른들의 시선은 달랐다. 아이들은 '몰래' 게임을 해야 했다. 글로벌에 진출하며 22주년을 맞은 메이플스토리처럼 한국 게임산업도 눈부신 성장을 이뤘지만, 뿌리 깊은 편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외부의 글로벌 경쟁사들과 싸우는 것도 모자라 내부의 '어른들'에게 끊임없이 그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성남시가 '중독 예방 공모전' 공고를 통해 게임에 다시금 '4대 중독'이라는 낙인을 찍으면서 게임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특히 성남시에는 한국 게임산업의 핵심 거점인 판교가 속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더욱 충격적이다. 술·마약·도박과 같은 선상에 게임을 놓는다는 것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법적인 근거도 전혀 없지만, 일부 어른들의 눈에는 게임이 여전히 '질병'이다. K콘텐츠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이자, 창작과 기술이 융합된 문화 예술의 한 분야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이들에게 소통과 쉼의 창구이자 전문적인 직업의 영역이 되었음에도, 누군가에게 이들은 '중독자'에 불과하다.
게임과 게이머에 대한 존중이 절실하다. 물론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는 이들에게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맞다. 하지만 그 행위 자체를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질병'의 낙인을 찍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스마트폰 과몰입 문제가 있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마약처럼 취급할 수는 없지 않은가.
중국 게임의 거센 기세 속에서 한국 게임은 자체적인 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근거 없는 '중독' 프레임은 사회적 인식을 저해하고 규제로 이어지며 산업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뿐이다.
이제 '어른들'이 낡은 인식을 버리고, 게임이 가진 순기능과 문화·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봐야 할 때다. 이재명 대통령은 "게임은 만화처럼 문화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약물처럼 취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새 정부의 응원에 힘입어 이번에는 게임이 오랜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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