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들 앞다퉈 합작 투자
신속하고 저렴한 전기 공급이 핵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의 막이 올랐다. SK그룹이 세계 1위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에 7조원 규모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한 것이 신호탄이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중소형 규모로 40여개가 있지만, 초대형 투자금이 소요되는 AI 전용 데이터센터는 울산이 처음이다. 향후 관건은 성공적인 전력 수급이다. AI 산업 육성에 누구보다 강력한 의지를 천명해온 이재명 정부가 책임지고 이 문제를 풀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통신, 반도체 전반을 아우르는 SK의 종합 솔루션의 성과로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AI반도체 기술에 SK텔레콤·SK브로드밴드가 지난 25년간 축적한 데이터센터 역량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무엇보다 결정적 요인을 꼽자면 SK이노베이션과 SK가스 등 에너지 계열사들의 특화된 전력 효율화 사업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
더욱이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울산 미포산단 부지는 인근에 SK가스의 세계 최초 GW급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겸용 가스복합발전소가 있는 곳이다. AWS 입장에선 전력 공급과 발열 문제 해결로 이만 한 장소를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픈AI, MS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 때 가장 중요시했던 것이 전력 공급계획이었다.
국내 데이터센터가 AI 강국과 비교해 터무니없는 수준인 것도 불안정한 전력 수급체계 탓이 크다. 미국 데이터센터는 5000개가 넘고 중국도 450개에 이른다. 안정적인 전력조달이 국가 차원에서 보장되지 않으면 AI 데이터센터 확장은 기대할 수 없다. 이는 기업 성패를 넘어 국가의 AI 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다.
AI 혁명이 가속화되면 필요한 전력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구동에 필요한 전력량은 오는 2030년이면 945TWh(테라와트시)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전체 전력 소비량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 구동에 소비되는 전력량은 구글 검색의 10배가 넘는다. 이미지나 영상을 생성하는 AI 서비스의 경우 텍스트 기반보다 40배 이상 전력이 필요하다. 폭증할 전력 소비를 감당할 수 있는 국가 능력이 AI 시대 경쟁력이다.
전국의 지지부진한 전력망 구축 사업을 지자체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가 해결사로 나서 매듭을 지어야 한다. 시민단체와 주민들 반대에 송전망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된 사례가 없다. 대부분 수년씩 지연되는 게 보통이다. 언제까지 이럴 순 없다. 전기요금도 중요한 문제다. 값싼 에너지원은 원전이 최선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재생에너지 대전환 구상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정책도 확대해야겠지만 전기료 상승 후유증도 따져 봐야 한다. 전력이 싸고 신속히 공급돼야 'AI 고속도로'가 힘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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