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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이란에 연락해야" 개입 촉구[최악 치닫는 중동정세]

최대 석유 수입국인 中 압박나서
이란엔 "대화 준비" 협상 제안도
유엔 中대사 "美, 국제법 위반"

미국은 자국의 이란 폭격을 비난하는 중국에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과 관련해 '역할'을 하라고 압박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베이징의 중국 정부가 그들(이란)에게 연락했으면 한다. 중국은 석유 조달에서 호르무즈해협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해협 봉쇄에 대해 "미국 경제보다 다른 국가들의 경제를 더 많이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시설로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석유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이 바다로 수입하는 물량의 약 절반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미국 원자재 시장조사기업 케플러에 의하면 이란은 지난해 기준 일평균 330만배럴을 생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가운데 3번째로 많은 석유를 생산했다. 지난달에는 일평균 184만배럴을 수출했다.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33㎞인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의 입구로 이란, 이라크 및 주요 중동 산유국의 석유 및 천연가스 수송로로 쓰인다.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5%,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량의 약 20%가 호르무즈해협을 지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컨설팅업체 래피단 에너지에 따르면, 이란이 기뢰나 기타 군사력을 동원해 호르무즈해협의 통행을 봉쇄할 경우 현재 배럴당 70달러대 후반인 유가가 100달러를 넘길 수 있다.

지난 13일부터 이스라엘과 원거리 교전 중인 이란은 미국이 21일 이스라엘을 도와 이란 내 핵시설 3곳을 폭격하자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의회는 22일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허가도 나와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케플러의 맷 스미스 수석석유분석가는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는 것은 "자해 행위"라며 이란의 핵심 수입원인 중국행 석유 수출이 함께 막힌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추가 공격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외교 사령탑인 루비오 장관은 미국이 오로지 이란의 핵개발 능력 무력화를 원할 뿐이라며 출구를 제시했다. 그는 "이란이 외교의 길을 택한다면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여지를 둔 상황이다.

루비오 장관이 22일 미국 CBS 방송에 출연, 전날 공습의 목적은 이란 정권교체가 아니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그는 "이는 이란 국민과 세계 모두에 좋은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과 2차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푸충 유엔주재 대사는 22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미국의 폭격을 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국제법뿐만 아니라 이란의 주권·안보·영토 보전이라는 유엔헌장을 위반하는 동시에 중동 긴장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국제 핵 비확산 체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