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의회 의결, SNSC가 최종결정
수출입 다각화로 피해 최소화해야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왼쪽)·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사진=뉴스1
이란 의회가 22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미국의 자국 핵시설 공격에 대한 보복조치다. 봉쇄 최종 결정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한다.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재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변수가 남아있긴 하나 이란 의회의 봉쇄 의결만으로도 글로벌 충격은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숱한 중동전쟁과 서방의 대이란 제재 국면에서 호르무즈 봉쇄 위협은 매번 등장했다. 하지만 전면 봉쇄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호르무즈 봉쇄 후폭풍을 이란 역시 모르는 바가 아니다. 이란 경제 전체가 호르무즈해협을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현지 언론을 통해 "호르무즈 봉쇄는 이란인들 입장에서 자살 행위"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만 이번엔 다를 수 있다고 해외 기관들은 경고한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이어진 미국의 참전이 유례없는 일이어서 호르무즈해협이 어떤 형태로든 차단될 위험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향후 미국과 이란의 협상 전망은 물론 전쟁의 확전 가능성, 장기화 여부도 불확실하다. 우리로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주도면밀한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가 통과하는 원유 수송의 요충지다. 160㎞ 길이에 폭은 좁은 곳의 경우 50㎞에 불과하지만 페르시아만을 대양으로 이어주는 유일한 해로다. 지정학적 가치가 실로 막대하다.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인도 등 주로 아시아 시장을 향한다. 정부와 코트라에 따르면 우리나라로 오는 중동산 원유 99%, 수입 원유 67%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호르무즈 봉쇄가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는 말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호르무즈 우회로를 서둘러 찾고 수입국 다각화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원자재 시장과 증시는 내내 요동쳤다.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가격은 23일 오전 3% 넘게 급등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전과 비교하면 13% 올랐다. JP모건은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최근 상승 랠리를 보였던 코스피는 장중 3000선을 내줬다가 간신히 회복됐으나 약세를 면치 못했다. 안전자산 쏠림에 원·달러 환율은 1380원대로 급등했다. 당국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수출이다.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수출 길이 중동전쟁 유탄까지 겹쳐 더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수출은 올 들어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 미만 감소에 그쳤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감소폭은 무려 4%에 육박한다. 중국 저가공습에 석유화학 업종이 특히나 맥을 못 췄고 트럼프 관세 직격탄을 맞은 철강·자동차의 수출부진도 심각했다. 이달 들어 자동차는 유럽 시장 호조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나 상반기 전체 수출 실적은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는 더 심각하다. 한국무역협회는 13대 주력품목 중 9개 품목에서 하반기 수출 감소를 점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5% 이상, 자동차는 7%나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동전쟁 악화로 이보다 더 못한 성적이 될 여지도 없지 않다. 정부는 물샐틈없는 대응으로 경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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