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마켓워치 >

외국인 원화채 300조원 사상 첫 돌파...'韓경기둔화, 완화적 통화정책 베팅" [fn마켓워치]

"채권 가격 오를 것, 적극 매수"

[파이낸셜뉴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원화채 보유 잔액이 사상 첫 3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들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2조원 가깝게 팔아치운 반면, 국고채 등 원화채를 70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24일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외국인 원화채 잔액은 지난 23일 기준 300조729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9월 9일 200조원을 넘어선 지 3년9개월 여만에 100조원이 불어난 규모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이달 23일까지 원화채를 약 68조5000억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 63조5000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이로써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은 2021년 1월 말 7.3%에서 2025년 6월 현재 11.24%까지 확대됐다. 외국인이 원화채를 사들이는 데는 우리나라 경기둔화로 인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심리 때문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말 연 2.0~2.25% 수준까지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 하락은 채권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장률이 좋지 않으면 통화정책이 완화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외국인들은 금리 인하(채권 가격 상승) 기대감을 보고 채권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원화채 러브콜 배경에는 환헷지 프리미엄 기대감도 주효한 역할을 했다. 한미 금리 역전(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 상황이 지속되면서 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인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스와프 포인트가 마이너스가 되면 원화로 달러를 조달할 때 프리미엄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인은 단기채로 원화채를 사고 환헤지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외국인이 원화채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 외에 전문가들은 중동전쟁의 발발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에 일정부분 기여했다고도 봤다. 내년 4월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 기대감도 외국인의 원화채 투자에 한몫했다.

아울러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채 68조5000억원 중 약 10조~12조원은 국내 보험사들의 채권 선도거래(본드포워드) 자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이 올 들어 순매수한 원화채 약 68조5000억원 중 최소 12조원은 실제로는 국내 보험사들을 통해 순매수한 자금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본드 포워드는 체결 시점 이후 일정 기간 뒤 약정된 가격으로 국고채를 인수하는 거래다. 대체로 보험사가 3년이나 5년 후 국고 30년물과 같은 초장기물을 매수하기로 하는 형태로 계약을 맺는다. 거래의 특수성 때문에 이러한 거래가 외국인 매수로 잡혔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채권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편 추경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급증하게 될 경우 한국의 신용등급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새 정부 재정지출의 경기승수효과에 따라 국가신용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국가 신용등급이 흔들릴 경우 국가는 물론,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시장에서 차환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