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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만에 좌초된 안철수혁신위… 산으로 가는 野 혁신

安 "혁신위원장 사퇴… 전대 출마"
지도부와 인적쇄신 이견 못좁혀
혁신위원 선정과정도 마찰 빚어
安 공식출마에 당권경쟁 막올라

닷새 만에 좌초된 안철수혁신위… 산으로 가는 野 혁신
안철수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당 지도부가 혁신위 구성안을 의결하자 이에 반발해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위원장직 전격 사퇴와 당권 도전을 동시 선언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혁신작업이 암초에 부딪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당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지 닷새 만인 7일 전격 사퇴하고 당권 도전에 나섰다. '쌍권(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 출당' 등 인적 쇄신과 혁신위를 이끌 위원들 선정과정 등을 놓고 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으면서다.

당초 국민의힘은 '안철수 혁신위'를 주축으로 새 대표를 뽑는 8월 전당대회까지 당의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고리로 이반된 민심을 되돌리고,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안철수 혁신위가 사실상 좌초되면서 난파 위기에서 빠져나오기가 더 힘들어졌다. 특히 안 전 위원장의 당권 출사표로 당 혁신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당내 제세력간 당권을 놓고 이전투구 양상까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비대위 회의를 열어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 구성을 의결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곧바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원장에서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하게 된 배경에는 '쌍권 출당' 등 인적 쇄신을 두고 지도부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라는 후문이다. 안 의원은 '6·3 대선 참패'의 원인 제공자를 분석하고,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혁신을 주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한 '대선 후보 교체 사건' 당시 지도부를 이끌었던 쌍권을 출당·제명하는 것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에서 (인적 쇄신안을) 받을 수 있겠냐는 의견을 전했는데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며 "그러면 '제가 혁신위를 맡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안 의원의 전대 출마 선언이 다소 갑작스럽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안 의원이 전대 출마를 선언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갑자기 혁신위를 맡지 않고 전당대회에 나가겠다고 말한 부분이 안타깝고 당혹스럽다"며 "전당대회 출마 선언하신다는 내용이 귀띔이라도 있었다면 비대위에서 혁신위 관련 안건을 의결하지 않았을텐데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안 전 위원장의 행보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무계파 안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당내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과 고강도 혁신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안 전 위원장이 당권을 포기하고 혁신위원장이라는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는 희생 정신도 처음에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시작도 전에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이를 두고 당 관계자는 "혁신위원장 내정 단계에서 인선을 하다 나간 것은 의심을 살 수 있다"며 "혁신위원장 수락 전이나, 혁신위 회의에서 (인적 쇄신안을) 주장했어야 했다"고 에둘러 안 전 위원장을 비난했다.

당장 지도부는 새 혁신위원장 후보군 물색에 나섰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고심이라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뜻 혁신위원장을 맡을 적임자가 나오기가 힘든 데다 구 주류인 친윤계가 맡아도 '탄핵 공동책임' 반경에 있는 친윤계가 비대위원장에 이어 당 지도부를 장악할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아 후임 인선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안 전 위원장이 당내에서 처음으로 8월초 당권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경쟁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여기에 중진 나경원·조경태·장동혁 의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양향자 전 의원도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전대 일정까지 확정되면 당권을 둘러싼 경쟁도 격화돼 당내 자중지란 역시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내달 19일 전대를 여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으로, 이번 주 중 전대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