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출 코로나 특수때 10조 육박
아태·유럽 등 수출 다변화가 주효
휴젤·클래시스, 매년 수출 급성장
"글로벌 인증지원·시장개척 지원을"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 변수로 전통적인 한국의 수출 산업이 고전하고 있지만 의료기기 분야는 돋보이는 회복세를 보이며 한국 수출의 새 효자로 떠올랐다.
8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의료기기 수출은 전년 대비 7%이상 증가하며 9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특수가 터지며 10조원을 넘겼던 의료기기 역대 최대 수출규모에 근접해가고 있는 것이다.
■시장 다변화로 美 관세 리스크 완화
의료기기 수출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 팬데믹 특수에 힘입어 급증했다. 당시 진단키트를 비롯한 방역 관련 의료기기의 수요 폭증은 산업 전반의 수출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지만 지난 2023년 엔데믹 전환과 함께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며 7조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회복세를 보이며 7조원대 수출을 회복했고 올해는 8조6000억원대가 예상된다. 국내 의료기기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수출 회복세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팬데믹 반사이익'에서 '기술력 기반의 실질 경쟁력'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수출의 지리적 분포도 변화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수출 비중은 37%로 북미(23%)를 크게 앞질렀다. 유럽 역시 동·서유럽을 합쳐 수출 비중이 28%에 달해 미주 지역보다 비중이 높았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강화의 일환으로 한국에 관세 압박을 가하고 있는 불안한 상황에서 의료기기는 한국의 수출 다변화 전략이 성과를 낼 주무대가 되고 있다.
■'킬러 제품' 중심으로 고성장
이 같은 수출 성장의 중심에는 기술력과 매칭되는 강력한 제품군이 존재한다. 최근 미용 의료기기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올리고 있는 기업들은 차세대 산업 역군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휴젤은 의약품인 보툴리눔 톡신 전문 기업이지만 HA필러, 스킨부스터, 봉합사 제품 등 '의료기기' 수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고 톡신을 제외한 의료기기 매출도 매년 신장세다.
휴젤의 의료기기 수출 실적은 지난 2022년 977억원에서 2023년 1227억원에 이어 지난해 1330억원을 돌파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휴젤이 필러 한 품목으로만 1500억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휴젤 관계자는 의료기기 제품의 호실적에 대해 "의료기기 제품은 엄격한 원료 관리와 차별화된 공정으로 제조돼 글로벌 의료진에게 제품력과 안전성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용 의료기기 업체인 클래시스는 집속초음파(HIFU) 리프팅 기기 '슈링크'를 비롯해, 고주파 기반 '볼뉴머', 냉동지방분해기 '알파', 피부 탄력 개선기 '리팟' 등 다양한 미용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수출 실적은 2022년 702억원에서 2023년 1171억원, 지난해 1638억원으로 급증했다. 수출 비중도 67%에 달한다.
클래시스는 전 세계 80여개국에 유통망을 갖추고, 1만8000여명의 의료진과 직거래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최근 이루다와의 합병을 통해 제품 라인업 강화는 물론, 패키지 공급 확대 전략으로 이달에는 마이크로니들 신제품까지 더해 시너지를 낼 예정이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 산업은 고령화·웰니스 수요 확대와 맞물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라며 "정부의 글로벌 인증 지원 확대, 전략 지역 중심의 시장 개척,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발굴이 뒷받침된다면 10조원 시대도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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