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양육비 한 푼도 못 받는 한부모 10명 중 7명...말뿐인 강제이행

지난해 양육비 이행률 45.3%
이행 강제 장치 있으나 시행까진 어려움 커
"제도 실효성 높여 양육비 지급 인식 높여야"

양육비 한 푼도 못 받는 한부모 10명 중 7명...말뿐인 강제이행
부모가족에게 국가가 양육비를 우선 지급한 뒤 나중에 채무자에게 회수하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시행된 지난 1일 서울 중구 양육비이행관리원 양육비선지급부에 지급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 지난 2019년 이혼한 A씨는 미성년 자녀 두 명의 양육비로 전 배우자로부터 매월 50만원을 지급받기로 했지만, 5년간 단 한 푼도 전달받지 못했다.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생계까지 책임지기 어려웠던 A씨는 결국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재산 명시 및 재산 조회 절차를 통해 전 배우자가 2000만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압류·매각을 진행해 일부 양육비를 돌려받았다.
최근 이혼이 증가하면서 한부모 가족 수도 함께 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경우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으나 절차가 복잡한 탓에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양육비 이행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양육비 채무자의 금융정보 조회 요건을 완화하고, 면접 교섭 관련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7일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양육비 이행률은 45.3%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40.3%에서 소폭 증가했지만, 아직 절반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양육비 이행률은 지급 의무가 확정된 건 중 실제 이행된 비율을 뜻한다. 다시 말해 이행 명령이 내려졌더라도 실제 양육비를 지급한 사례는 10건 중 5건도 안 된다는 의미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부모는 직접 양육 여부와 관계없이 미성년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생활영역에서 최적의 성장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비양육자라도 정해진 양육비를 양육자에게 성실히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는 차이가 난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3월 발표한 '2024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한부모 가족 가운데 71.3%가 양육비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실태조사는 △2018년 73.1% △2021년 72.1% △2024년 71.3% 등 3년 단위 조사 때마다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양육비 이행관리원 제도, 양육비 이행 명령제, 신상공개, 운전면허 정지, 채권 압류, 강제 집행 등 다양하다.

그러나 소송 과정에 필요한 서류가 많고, 재판까진 오랜 시간이 걸려 한부모 가족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실효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 2016년부터 홀로 딸을 키우며 양육비 소송을 이어오던 여성이 끝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연이 최근 본지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양육비 미지급이 단순한 채무 불이행을 넘어 자녀의 권리와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양육비 문제를 사회적·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며, 강제 집행 수단 도입, 관련 기관의 적극적 개입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선희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전날 열린 '양육비 이행지원 제도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양육비 채무자의 금융 정보 등을 조회하기 위해선 채무자 동의 서면이 필수적인데 현실적으로 이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양육비 미지급이 입증됐거나 일정한 사법 절차를 거친 경우 동의서 제출 의무를 면제할 수 있는 예외규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인화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양육비 지급과 면접 교섭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협의이혼이나 재판상 이혼 절차에서 면접 교섭에 대한 충분한 안내가 있어야 하고, 공공기관에서도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이혼을 하더라도 가능한 자녀가 이혼 전과 동일한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양육비를 책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달부터 도입된 양육비 선지급제(국가가 먼저 지급한 뒤 비양육자로부터 회수)와 관련해선 보다 세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경근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제도는 아직 평가할 시점은 아니지만 현재의 인력과 자원만으로 선지급과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건 예상할 수 있다"며 "양육비 회수는 강제집행 등의 방법으로 이뤄져야 하므로 현재보다 많은 수의 변호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함으로써 선지급제가 원활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