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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쿠폰에 거는 작은 기대

[기자수첩] 소비쿠폰에 거는 작은 기대
이환주 생활경제부 기자
3년 전 8월 기록적 폭우로 서울 신림동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일가족 3명이 숨진 사건이 있었다. 사고 하루 뒤 현장을 찾은 윤석열 전 대통령은 "아 주무시다 그랬구나"라고 발언했다. 이미 수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사고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대통령이 기본적인 사실 관계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비판이 쏟아졌다. 후보 시절 열차 좌석에 구둣발을 올려놨던 대통령은 그 이후 해외 순방을 가서도 상대국 대통령에게 무례한 언사를 했다거나, 약속된 정상회담을 일방 취소하는 등 항상 논란을 만들었다.

노자의 도덕경 제17장에는 통치자의 조건이 나온다. 가장 이상적인 통치자는 백성이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그다음은 백성이 그를 존경하고 찬양한다. 그다음은 백성이 그를 두려워한다. 그다음은 백성이 그를 업신여긴다. 노자는 이상적인 통치를 '무위(無爲)'의 정치로 보고 자연스럽고 간섭하지 않는 통치라고 봤다. 그런 의미에서 윤 전 대통령은 '유위(有爲)', 존재감이 너무도 뚜렷한 정치를 했다. '입틀막' '무뢰'한 정치에 국민들은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과 다를 바 없었다.

'출근하지 않는 대통령' 다음으로 '퇴근하지 않는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6월 4일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일주일 뒤인 12일 서울 동작구 한강홍수통제소를 찾았다. 업무 보고를 하는 담당 공무원은 "침수 등 안전에 만전을 다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이 대통령은 안전 관리는 잘하면 표가 나지 않고, 잘못 되면 공무원이 문책을 받기 쉬우니 '상벌'을 엄격히 하라고 지시했다. 또 예산 문제가 있는 지자체는 사전에 신고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피해 사전예방→조치→사후점검' 등 전 과정에 대한 빈틈없는 지시로 '인재'의 영역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실제로 그 후 뉴스에서는 담당 공무원이 직접 우수관(배수시설) 점검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음 주부터 전 국민 소비쿠폰 신청이 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소비쿠폰 발행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 물가가 오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비가 오면 땅이 젖는다'와 같은 알맹이 없는 비판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물이 없어 쩍쩍 갈라지는 가뭄의 농지 같은 상황이다.
가뭄에 단비 같은 소비쿠폰으로 흙이 젖어야 쟁기질도 하고, 그 이후에 벼도 심고 콩도 심을 수 있다. 국민 대다수가 "소비쿠폰을 받으면 장을 보거나 외식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과거 한 개그맨이 "소는 누가 키우냐?"고 물었는데 소는 나랏일하는 사람들이 키울 테니 국민들은 맘 편하게 소고기도 먹고, 돼지고기도 먹고 할 일이다.

hwle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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