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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이름 팔아 캄보디아서 기업형 보이스피싱...국정원 첩보로 덜미

"대규모 자본에 이체팀·로맨스팀까지...MZ 청년들 현지서 상담원으로 가담"

'마동석' 이름 팔아 캄보디아서 기업형 보이스피싱...국정원 첩보로 덜미
캄보디아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 관계도. 사진=합수단 제공

'마동석' 이름 팔아 캄보디아서 기업형 보이스피싱...국정원 첩보로 덜미
홍완희 단장을 포함한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정부합동수사단이 18일 기자들과 만나 브리핑을 진행했다. 사진=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마동석'을 자칭한 외국인 총책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캄보디아에 거점을 차린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이 정부 합동수사단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국정원의 국제범죄정보첩보가 수사의 단초가 됐다.

홍완희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정부합동수사단장은 18일 브리핑을 열고 "캄보디아에 본거지를 둔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을 적발해 조직원 18명을 구속하고, 이른바 '마동석'이라 불리는 총책을 포함한 핵심 간부들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구속된 조직원 전원은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드러난 범죄 조직은 사실상 '콜센터 기업'과 다름없었다. 국정원 첩보로 실체가 포착된 이 조직은 외국인 총책을 중심으로 7개 전문팀으로 나뉘어 있었다. △피해자 돈을 빼돌리고 세탁하는 '이체팀' △성매매 여성이나 조건만남을 빙자해 돈을 뜯는 '로맨스팀' △음란 영상으로 협박하는 '몸캠피싱팀' △주식·가상자산 투자 사기를 벌이는 '리딩팀' 등이 각각 맡은 역할에 따라 움직였다.

총책 '마동석'은 거점 임대료부터 조직원 항공권, 통신장비까지 자본을 대고 팀별 '팀장'을 임명해 사실상 '영업 지사'를 꾸렸다. 수익금은 총책과 팀장, 팀원 순으로 배분됐다. 홍 단장은 "이 조직은 내부에 '인사팀'과 '영업팀'까지 갖춘, 전형적인 기업형 범죄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은 특히 국내 MZ세대를 노렸다. '해외 고수익 알바' '콜센터 단기 근무'라며 사회관계망사이트(SNS)·구인사이트 등을 통해 청년들을 빼내 현지 상담원 등으로 썼다. 적발된 18명도 대부분 20~30대였다. 이동욱 검찰수사팀 검사는 "(청년들이) '실제 얼마를 줄 수 있냐' '과대광고 아니냐'고 할 때도 구체적으로 범행 성공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시했다"며 "해외 구직 사이트에서 고수익으로 출국을 유도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범행 수법도 치밀했다. 로맨스팀은 조직에서 개발한 가짜 성매매 사이트에 가입을 유도해 '인증비용' 명목으로 돈을 받아낸 뒤, 더 큰 돈을 돌려준다고 속여 추가 입금을 유도했다. 인증 절차를 일부 환불해주며 '실제 운영되는 사이트'인 것처럼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마지막엔 '인증 오류'를 핑계로 더 큰 돈을 받아냈다. 교제를 빙자해 돈을 뜯어내는 흔한 '로맨스 스캠'과 달리 '성매매 빙자형 사기'에 가깝다.

합수단은 조직원 18명을 국내에서 검거했다. 총책과 부총괄을 비롯한 상당수 조직원은 아직 캄보디아 등 현지에 남아 있다. 홍 단장은 "다국적 범죄 조직이라 수사권의 한계가 있지만 국제공조로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검거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동남아 지역에서 보이스피싱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 향후 합수단은 해당 지역과 공조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수사팀은 이번 조직 외에도 '노쇼사기', '리딩방사기', '구매대행사기' 등 신종 비대면 사기까지 연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홍 단장은 "최근 청년들이 허위 취업 정보로 인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이용당하고 처벌받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취업 알선 사이트 점검, 제도개선 등으로 범죄 예방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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