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완성 후 채무 승인시 시효이익 포기로 추정' 판례 변경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진=대법원
[파이낸셜뉴스]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일부 변제했더라도, 이를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4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배당이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06년 12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B씨로부터 총 4차례에 걸쳐 총 2억4000만원을 빌렸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차용금의 이자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에서 1800만원을 일부 변제했다.
이후 A씨가 돈을 갚지 않자 B씨는 A씨 소유 부동산에 대해 임의경매를 신청했고, 법원은 2019년 4월 임의경매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를 통해 B씨는 원금 2억4000만원과 이자를 합쳐 총 4억6100여만원을 배당받게 됐다.
A씨는 배당액이 대여금을 초과했다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배당액을 4억2200여만원으로 경정했다.
2심에선 소멸시효가 쟁점이 됐다. A씨는 첫 번째, 두 번째 차용금의 원금 및 이자채권이 모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고가 1·2 차용금의 이자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에서 채무를 일부 변제했다"며 "이는 원고가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합은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존 법리가 변경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채무자가 시효 완성 사실을 알았다고 일반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채무자가 시효 완성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판시했다.
이어 "시효이익 포기는 단순히 채무에 관한 인식을 표시하는 것을 넘어,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 의사의 표시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채무승인과 구별된다"며 "채무승인 행위를 곧바로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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