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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1%p 내렸지만 집값만 올라… "하반기엔 성장 효과 기대" [한은, 통화정책신용보고서]

서울 집값 상승분의 26%에 영향
불확실성에 소비·투자 효과 아직
"성장 하방압력 완화 위해 필요"
추가 금리인하 기조는 유지 시사

금리 1%p 내렸지만 집값만 올라… "하반기엔 성장 효과 기대" [한은, 통화정책신용보고서]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1%p 인하했으나 아직 실물경제에 소비·투자 진작 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성장 제고 효과는 제한됐다는 의미다.

오히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 상승분 중에 26%가 금리 인하의 영향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계부채 상승세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성장 효과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당분간 가계부채의 추세적 안정 여부를 지켜봐야 보며 추가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불확실성에 소비·투자 미뤄져

한은은 11일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4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100bp 인하'의 효과가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간의 기준금리 인하는 금융여건 완화를 통해 성장 둔화를 완충시켰으나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 파급시차 등으로 성장 제고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은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경제주체들이 소비와 투자를 미루면서 금리 민감도가 저하되는 경향이 있어 금리 인하의 상반기 중 성장 제고효과가 과거 평균적인 수준보다 다소 낮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성장 제고 효과는 올해 하반기께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6월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됐고, 금리인하의 성장에 대한 파급시차가 2~3분기 정도인 점을 고려한 결과다.

한은은 "금리인하 효과의 파급이 본격화되면서 과거 평균적인 수준을 회복하게 되면, 그간의 100bp 금리인하는 향후 1년 간 0.27%p 정도의 성장 제고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금리 인하가 집값과 올해 가계대출 상승세에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뚜렷했다. 모형 분석 결과, 올해 상반기 중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분의 26% 정도가 금리 요인에 기인하고, 나머지 74%는 수급·규제·심리 등 여타 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앞으로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는 정부의 6.27 가계부채 대책, 공급확대 방안 등의 영향으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서울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금융여건 완화에 따른 상방 압력, 수급 우려 등도 남아있는 만큼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부채의 추세적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은 유지

금리 100bp 인하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 경감은 줄어들었다. 올해 1·4분기 중 가계 이자부담 금리는 지난 2023년 4·4분기 대비 25~68bp가량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자부담 경감 효과를 소득 수준별로 보면, 경감 규모는 고소득층에서, 소득 대비 경감 비율의 경우 중·저소득층에서 크게 나타났으며, 연령별로는 20~30대가 경감 규모와 비율 모두 하락폭이 가장 컸다. 기업도 올해 1·4분기 중 이자부담 금리가 2·4분기 대비 27~54bp 하락했다.

다만 이에 따른 소비 및 투자 증대 효과는 그간의 높은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1·4분기까지의 미시데이터에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올해 6월 이후 경제 심리가 크게 반등하고 신용카드 사용액의 증가세도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는 미시데이터에서도 소비 증대 효과가 점차 확인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날 한은은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하며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주관한 이수형 금통위원은 "성장세는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당분간 잠재 수준보다 낮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성장의 하방 압력 완화를 위해 추가 대응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내 금리 인하 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점도 한은의 통화정책 고민을 덜어준다는 해석이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시장에서 연준의 연내 3회 연속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며 "연준 금리 인하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완화한다고 하면 국내 여건에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