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10~30서 급증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 구조적 경고 신호
챗GPT AI 이미지 생성
[파이낸셜뉴스] 청소년과 청년층의 정신건강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울증과 조울증 환자가 급격히 늘었으며, 특히 10대와 3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학업·취업·관계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심리적 압박이 커지면서 ‘정신건강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광주갑)이 건보공단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F32)우울에피소드+(F33)재발성우울장애) 환자는 2020년 83만2483명에서 2024년 110만6658명으로 32.9% 증가했다.
조울증((F31)양극성정동장애) 환자도 같은 기간 11만1863명에서 13만9725명으로 24.9% 늘었다.
연령별로는 청소년과 청년층의 증가세가 특히 가파르다. 우울증 환자는 10대 이하에서 84.3%, 30대에서 69.8% 늘었고, 조울증 환자 역시 10대 이하 63.3%, 30대 45.2% 증가했다. 이는 정서적 불안과 사회적 부담이 심한 성장기·사회진입 세대가 정신건강 취약계층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성별 격차도 뚜렷했다. 2024년 기준 우울증 환자 중 여성은 남성보다 약 38만명 많았고, 조울증 환자도 약 3만5000명이 더 많았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경우 직장과 가정 내 이중 부담, 외모·관계 중심의 사회문화적 압력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정신건강 악화로 정신질환에 따른 사회적 부담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우울증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는 2020년 56만8556원에서 2024년 68만7979원으로 약 21% 상승했다. 조울증은 같은 기간 122만7399원에서 130만4841원으로 6.3% 늘었다.
환자 수 증가뿐 아니라, 재내원율 증가와 치료 기간 장기화가 진료비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치료비 증가가 단순한 의료비 지출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직무 생산성 저하·자살 위험 등 연쇄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소 의원은 “청소년기와 사회활동 초기 세대의 정신건강 악화는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적 경고 신호”라며 “조기 선별·상담체계와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 중심의 사후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학교·직장·가정 단위의 조기 발견 체계를 강화하고, 접근성이 높은 상담 프로그램을 확충해 청년층이 일상 속에서 정신건강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정신질환 증가세를 코로나19 이후 사회 구조 변화와 맞물린 ‘심리 팬데믹’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과 조울증이 단순한 개인의 질병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경쟁과 비교 중심의 사회 분위기, 경제 불안, 고립된 인간관계가 젊은 세대의 정신건강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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