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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거부한 러시아에 ‘경제 올가미’…美·EU 동시 압박

휴전 거부한 러시아에 ‘경제 올가미’…美·EU 동시 압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러 정상회담이 취소된 직후 미국이 러시아의 주요 에너지기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에너지 부문을 직접 겨냥한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제재"라고 표현했으며,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동맹국들에게 동참을 촉구했다. 러시아가 휴전 및 종전 협상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자, 미국이 경제적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미·러, 헝가리 정상회담 전격 취소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회담한 자리에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적절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푸틴과 대화할 때마다 대화 자체는 좋지만, 결국 아무 진전이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헝가리에서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회담 취소설이 잇따랐다. 백악관은 이날 공식적으로 취소 사실을 인정했다.

정상회담이 무산된 이유는 러시아의 기존 입장 고수 때문이다.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영토를 양도해야만 휴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전역의 통제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러시아는 루한스크 주 전역과 도네츠크 주의 약 75%를 점령 중이다. 이러한 요구는 현 전선을 동결한 상태에서 휴전을 추진하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측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美, 러시아 전쟁자금줄 정조준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추가 제재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러시아의 최대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Rosneft) 와 루크오일(Lukoil) 및 이들 자회사다.

재무부는 "두 기업이 러시아 에너지 산업의 핵심 축으로, 크렘린의 전쟁 자금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모든 법인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말했고, 베선트 장관은 "푸틴이 이 무의미한 전쟁을 멈추지 않는 한, 러시아의 에너지 자금을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도 러시아산 에너지 끊기 착수


유럽연합(EU) 역시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19번째 제재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이번 제재안에는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전면 금지 △'그림자 유조선(Shadow Fleet)' 117척 제재 △루블화 연동 가상화폐 거래 금지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덴마크 정부는 2027년 1월 1일부터 러시아산 LNG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조치는 러시아 에너지 수익 구조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평가된다. EU 고위 외교 관계자는 "제재가 러시아 경제의 목을 조이고 있다"며 "우리는 그 올가미를 더 조일 것"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